시중 5대 은행의 행장들은 모두 신년사에서 은행의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왼쪽부터) 허인 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지난 22일 금융위원회가 대출 금리 산정체계의 개선안을 발표한 가운데 은행권의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각 은행사별 영업전략과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대출금리의 선정기준이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현재 금리보다 0.27%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새로운 코픽스 금리가 적용되면 현재보다 변동금리상품 금리가 낮아져 소비자의 대출부담은 줄어들게 되지만 은행의 수익성은 약화될 전망이다.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새로운 코픽스 금리를 적용한 대출 비중이 증가할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의 수익성은 감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은행의 순수익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을 통해 발생하는 순이자 이익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의 자산운용 현황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008년 이후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6.2%로 기업대출 증가율 5.4%를 상회했다.

과거 저금리 기조 속 부동산규제 완화가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촉진한 데다, 구조조정 등의 영향과 담보의 처분의 어려움을 놓고 은행들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을 선호한 탓이다.

이에 은행권은 디지털 혁신과 해외진출 및 비은행 업권 M&A 등 다방면의 영업전략을 통해 이자수익에 편중된 전통적인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혁신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내 디지털혁신부문을 신설하고 그룹 내 디지털과 IT부문을 총괄한다.

무엇보다 허인 행장이 부문장에 취임하며 비대면 채널의 확대뿐만 아니라 인력과 업무 프로세스와 문화 등 조직 전반을 디지털화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동남아 시장에서는 소액중기대출 위주로, 금융시스템이 안정된 미·영 등 선진국은 CIB(기업투자금융) 위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통합 플랫폼인 ‘쏠(SOL)’로 대변되는 디지털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그룹 내 비대면 창구의 확장 외 금융상품과 부동산 등을 활용한 다른 분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의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한금융지주는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업권 1위인 국민은행의 규모를 추월한 상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비은행권의 M&A를 통해 그룹 내 사업영역 확장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내실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목표로 경영체질 개선과 잠재적인 수익역량 확대를 꼽았다.

이에 농혐금융그룹은 효율적 자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자회사별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총자산이익률을 개선하고, 리츠운용·부동산신탁 등의 신사업을 활용한 수익 다변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KEB하나은행은 ‘GLN(Global Loyalty Network)’ 사업을 통한 글로벌 핀테크를 핵심전략으로 꼽고 있다.

이는 전세계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의 디지털 플랫폼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사업이다.

하나은행은 글로벌 금융사들과 파트너쉽을 맺고 그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캄보이아,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상업은행을 인수하고 현지법인을 신설한 상태다.

지난 10월에는 독일 감독청과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유럽법인의 설립인가를 획득했다. 현재 유럽법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설립돼 운영 중이다.

또한 지주사로 전환되며 공격적인 M&A를 통해 비은행권의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종적으로는 은행과 비은행권의 수익을 6:4로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와 같은 은행들의 영업전략에 놓고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출 부문의 명확한 이익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며,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늘려 이자수익에 치중된 수익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은 항상 존재했지만 가시화된 성과가 나온 경우가 없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의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구조는 단시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비이자 수익이 낮은 것은 여러 규제로 상품 개발과 영업이 제한돼 결과적으로 이자 수익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올해 금리 상승 여부가 더 중요할 것”이라며 “규제로 감소하는 수익보다 금리상승기조에 따른 수익이 더 크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 수익에 집중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