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틀째인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2차 핵 담판'이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든 모양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계기로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급격한 냉각기로 접어들게 됐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출발했던 비핵화 여정은 1년만에 중단을 우려할 정도의 위기를 맞았다. 남북관계 개선을 발판삼아 북미간 비핵화 합의로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일정 부분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8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문에는 서명하지 않고 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됐던 업무오찬과 공동서명식을 취소한 뒤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다"면서도 "그러나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이 좋은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간 비핵화 합의에 큰 진척을 이뤄낼 것이라 기대했던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합의 결렬 소식이 들려오기 전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기대감까지 내비쳤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대화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본다"고 말했다.

'포스트 하노이' 체제에 시선을 두며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번 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전제로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추진 의사를 강하게 밝혀왔지만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에서 평화와 경제를 바탕으로 한 '신 한반도 체제'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럴 때일수록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당위적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숱한 핵·미사일 발사 속에서도 인내의 끈을 놓지 않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이 결과적으로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올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이 조성되는 흐름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었지만, 비핵화 합의가 결렬되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열리게 됐다는 것이다.

비핵화 로드맵 도출을 위해 처음부터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 1년간의 노력보다 더 어려울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총력노선을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내 입지 등을 고려하면 상황을 수습할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1차 북미 정상회담 취소 때도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5·26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 마련을 시도한 적 있다. 이후 2주 뒤인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었다.

이번 역시 냉정한 정세분석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축부터 살린 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반도 운전자'라는 평가를 국제사회로부터 재확인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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