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외무상, 심야 기자회견 열고 트럼프 발언 정면 반박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전근홍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 회담'으로 끝난 가운데 북한이 심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표명에 나섰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예고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하노이 선언 무산' 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 자리에서 합의 결렬과 관련해 "미국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미국측에 책임을 돌렸다.

리용호 외무상은 또 북한측이 요구한 상응조치 수준에 대해서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구체적인 북측 요구사항에 대해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렬로 끝난 북미 회담장에서 오간 대화를 두고 미국과 북한이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예고없는 북한의 심야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를 떠난지 약 8시간25분여만에 이뤄졌다. 북측의 이같은 신속한 입장표명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일부 완화를 시도했던 북한측의 조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특히 리용호 외무상 발언을 통해 '민생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전문가 입회하의 핵시설 제거와 핵실험 영구중지 등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를 주장한 미국측의 입장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 이후 하노이 현지시간 기준 28일 오후 3시50분께 노이바이국제공항을 통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자신의 숙소였던 JW메리어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협상 결렬 상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은 이에 이번 심야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만이 부각되는 상황을 피하고, 트럼프 대통령 귀환전 대미 메시지를 내놓음으로써 향후 비핵화 협상 상황 악화를 피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