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율 인상에 대한 줄다리기 싸움이 현대차의 완승으로 끝나 향후 카드업계의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인환 기자] 현대자동차와 카드업계 간 수수료 분쟁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카드업계의 ‘혹시나’ 했던 기대감은 결국 거대기업 현대차의 ‘갑’ 파워만 확인한 꼴이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카드수수료율 조정 방침에 따라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낮추는 대신 대형 가맹점 수수료를 올리기 위해 우선 현대차와 협상을 벌여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결과에 따른 명확한 카드수수료율 공개를 꺼리고 있으나 최종 조정안은 0.05%p 오른 1.8%대 후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차이가 만들어내는 현대차 측의 추가 부담 규모다.

지난해 현대차 국내 매출 규모는 약 32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중 카드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외비라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 카드매출 규모에 대해 ‘모른다’는 입장이었으나 재차 취재에 들어가자 “절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 역시 “카드결제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 외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매출 비중에 대해서는 공개 의무가 없다”면서도 “현대카드 점유율 등을 고려했을 때 전체 매출의 약 30% 선으로 예상한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를 토대로 계산했을 때, 카드수수료 0.05%p 상승으로 현대차가 추가로 부담하게 될 비용은 연간 48억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갑의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시책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관계자는 “그간 현대차가 누려온 혜택에 비하면 수십억원에 불과한 카드수수료 부담액은 결코 과한 금액이 아니다”며 “전혀 대세에 지장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대차의 진짜 의도는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스스로 방패막이가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석은 실제 한국GM과 르노삼성이 카드수수료율 인상안에 거의 합의했음에도 입장을 바꿔 재협상 쪽으로 방향을 튼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대형 마트나 백화점 역시 카드사의 요구를 호락호락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는 연매출 30억~500억원 구간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0.22~0.3%로 인하하는 대신 혜택을 많이 받는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인상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협상 결과로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준칙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과 함께 현대차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카드사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카드사는 “앞으로 있을 금융당국의 점검이 과연 실효성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번 협상이 부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려면 카드사가 일정 수준 이하의 수수료를 받아야 되는데 이번 경우는 단지 카드사의 마진이 줄어든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곧 자동차, 이동통신, 유통, 항공 등 대형가맹점과 본격적인 수수료 협상에 나선다.

카드사들이 제시한 수수료율은 유통의 경우 1.9%대에서 2.1%대로, 통신은 1.8%대에서 2.1%대로, 항공은 1.9%대에서 2.1%대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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