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통성이 주식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 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장

[위클리오늘=이강률 우리투자증권 원주지점장] 개인용 컴퓨터(PC)를 위시한 많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인 애플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단연코 스티브 잡스다. 이미 고인이 되긴 했지만 최근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까지 개봉하고 보니 그의 유명세가 새삼스럽다. 스티브 잡스만큼은 아니어도 PC와 애플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그는 스티브 잡스와 공동으로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천재 엔지니어로 스티브 잡스의 도움 없이 홀로 애플I과 애플II를 설계한 바 있다. 또한 스티브 잡스가 괴팍한 기질로 주변과 화합하지 못한 반면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을 최고의 회사로 키운 뒤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싼 값에 나눠주기도 했고 애플을 그만둔 뒤로는 초등학교 컴퓨터 교사로 어린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우상’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 겸손하고 예의 바른 컴퓨터 천재는 성취를 위한 자세로 ‘그레이 스케일(gray scale)’을 말한다. 검정색과 흰색 사이의 회색 영역으로 기회주의를 일컫기도 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어쨌든 세상은 흑이나 백, 한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무언가 이루기 위해서는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흑백논리로 세상을 재단하거나 사고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우리는 세상을 흑백논리의 잣대로 재단한다. 그리고 자신이 본 것만이 혹은 스스로 경험한 것만이 유일한 절대선이라고 믿는다. 그 결과 눈을 가리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창의성은 발휘되기 어려우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거나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새로운 멋진 것을 만들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이 설정해 놓은 인위적인 틀에서 벗어나 그레이 스케일 세상에 살아야 한다.” 워즈니악의 말처럼 항상 열린 마음을 유지하며 주관적인 잣대는 버리고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의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 많은 수익과 더 적은 손실에 대한 욕심. 그리고 그 욕심은 대개 자신의 주관적인 고집에서 비롯된다. 아집에 빠져 상황을 자기 유리한 대로 해석하며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은 외면한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씁쓸한 파국과 후회뿐이다.

시장에서 승리하고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상황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 이면에 도도하게 흐르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 트렌드가 미칠 영향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때 열린 마음과 열린 자세는 필수다. 굳게 닫힌 마음으로는 세상과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무수한 변수로 쉴 새 없이 출렁이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는 우직한 황소가 아니라 변화무쌍한 카멜레온이 되어야 하며 융통성이야말로 어쩌면 주식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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