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예보료 인하를 놓고 저축은행업권와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에서는 건전성 향상과 대출금리 인하 등의 부담으로 예보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예보에서는 지난 저축은행 사태에 투입한 공적자금 약 14조가 미회수됐다고 반박하며 예보료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료 인하를 두고 저축은행과 예보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예금보험은 예보가 예금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를 받고 금융사가 파산해도 원리금 5000만원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를 위해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금융투자 등 금융사마다 계정을 나눠 예보료를 적립하고 있으며 축적된 예보료는 해당 금융업권 지원하거나 유사시 타 금융업권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이 예금보험료는 지난 2011년 당시 벌어진 저축은행 사태의 수습에도 투입됐으며 당시 부실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축소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과도한 예보료율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를 완화해 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사들의 예보료율은 0.4%로 시중은행(0.08%)보다 5배 높은 수준이며 보험사나 금융투자업계의 0.15%와 비교해도 두배이상 높은 수치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사태의 원인이라는 입장과 이를 수습하는 데 타 업권의 막대한 예보료가 투입됐기에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중금리 대출 확대를 비롯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받고 있으며 금감원이 발표한 '2018년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비이자 부문의 수익 악화에 예보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사상 최대치의 실적에는 1금융권의 대출규제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이 컸는데 올해 2금융권에도 DSR규제 등이 확대·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만큼 예보료 인하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촉발시킨 저축은행은 일부로 현재 대부분 퇴출되거나 인수합병 되는 등 현재의 저축은행들과는 연관성이 떨어지는데 업권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 책임을 떠앉고 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 1월 취임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취임 이후 최우선사안으로 예보료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박 회장은 중앙회장 후보 출마 당시부터 "저축은행 업계의 건전성이 강화됐는데도 예보료율이 타 금융권보다 지나치게 높다"며 “당면 과제는 시중은행에 5배에 달하는 예보료율의 인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은 다르다.

예금보험이란 해당 금융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면 예금을 환불해 주는 제도이니 만큼 산정에 있어 건전성과 부실위험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DSR규제를 비롯한 1금융권의 대출규제로 2금융권에 대출수요가 전이됐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상호저축은행의 대출규모는 60조원에 육박했으며 그 성격 역시 자영업자와 개인 대출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이자가 책정된 이상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은 타 금융사에 비해 높다고 금융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또한 해당 저축은행이 퇴출당하거나 인수됐다고 해도 지난 저축은행 사태의 부실 해결을 위해 예보 측은 타 업권의 예보료 부담을 늘려야 했던 만큼 저축은행의 예보료 인하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가 2011년 당시 31개 저축은행의 연쇄적인 영업정지 사태 해결을 위해 특별계정을 만들어 투입한 자금은 27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현재 미회수한 자금은 약 13조8000억원이다. 자금의 회수조차 완료하지 못한 시점에서 저축은행의 예보료 인하는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게 예보 측의 의견이다.

또한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를 위해 저축은행을 비롯한 전 금융업권 예보료의 45%를 특별계정에 투입하고 있다.

한 금융관계자는 “이 시점에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을 인하할 경우 미회수 자금 회수를 위해 타 업권의 예보료율이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저축은행 사태 이후 예보료를 추가 부담해 온 타 업권에 또 다시 누를 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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