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SC제일은행이 고배당에 이은 고액 자문료로 막대한 금액을 해외 본사에 지급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각에선 악화된 실적에도 불구 고배당과 고액 자문료 등은 '먹튀' 전략의 일환이 아니겠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용역비는 1659억원으로 전년 동기(1198억원) 대비 38.48% 증가했다. 이는 SC제일은행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스탠다드 차타드 그룹에 대한 자문료와 로열티 개념이다.

문제는 지난해 SC제일은행의 총 당기순이익은 2213억원으로 전년 동기(2736억원) 대비 19.12% 감소했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 순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권에선 감소한 실적에도 자문료가 증가한 점은 용역비를 늘리는 것으로 비용을 증가시켰다며 해외 본사로 지급되는 금액은 증가했지만 배당을 축소시켜 고배당 논란을 잠재운 일종의 ‘편법’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이런 해석에는 과거 SC은행의 행적에서 일관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6일 경 SC은행 측은 상각형 채권 발행을 통한 ‘편법’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SC그룹은 인수조건 10년 만기 원화 후순위채권(6000억원) 발행과 올해 중간배당(5000억원)을 통한 자본구조 개선 결의안을 승인했다.

발행된 채권은 SC그룹이 전액 인수했는데 이를 두고 SC은행 측은 “BIS자기자본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등 자본적정성 및 수익성 개선과 중간배당 규모를 웃도는 후순위채권 발행·인수를 통해, SC그룹으로부터 1000억 원의 투자받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또한 60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5000억원의 배당금으로 1000억원 투자를 한 셈이지만, SC은행이 10년 간 매년 약 160억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600억원의 이득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금융관계자는 “큰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은행에 큰 빚을 지우고, 대부분 금액을 중간배당을 통해 회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손실 없이 향후 고배당이나 본사에 대한 송금 행태를 대규모 투자유치를 했다는 슬로건으로 무마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이는 2008년 이후 매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데도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한 투자가 실질적인 SC그룹의 첫 투자라는 점과 매년 실적과 무관하게 배당액을 정기적으로 본사에 돌리고 있는 것이 근거로 작용한다.

특히 2014년에는 645억원의 적자에도 1500억원을 배당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조치를 받았으며, 2015년에는 2857억대의 적자에도 5000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SC제일은행 배당금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이번 배당금도 1120억원으로 전년(1250억원) 대비 10.4%(130억) 감소했지만 용역비로 약 461억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SC그룹이 챙겨가는 금액은 더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SC제일은행의 행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철수전략의 일환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같은 논란에 휩싸인 씨티은행의 2014년 일본 철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일본 금리가 급락하며 대출수익이 감소하자 씨티은행은 장기간에 걸쳐 고배당을 통한 수익을 본사로 송금했으며 점포를 축소했다. 결국 2017년 3월 일본에는 증권사를 제외한 모든 씨티그룹의 계열사는 철수했으며 이는 과거 금융위기 후 골드만삭스나 RBS 등 외국계 은행이 국내에서 철수한 상황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SC은행은 최대한 그룹의 이익을 내면서 피해가 가장 적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축소시키고 있다”라며 “이 모든 흐름이 명확한 철수전략 하에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그간 송금이나 배당금이라는 명목으로 국내 자본이 유출되는 것에 금융당국의 주의조치가 너무 느슨했다”며 “외국계은행이라는 이유로 변칙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은행과의 형평성이나 금융윤리와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수익에만 급급하는 비상식적 금융행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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