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규제만이 능사아냐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지난해 간편결제 일일 이용금액이 126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수수료 인하를 비롯한 당국의 규제로 카드업권의 실적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건전성 TF마저 실질적으로 무산되며 카드업권의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혁신을 기조로 카드산업을 축소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이 1260억원으로 전년(677억원) 대비 8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용건수도 일 평균 392만건으로 전년(209만건) 대비 87.5%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급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융업권에서는 이런 성장세의 원인으로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ICT기술의 활성화를 꼽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금융당국의 혁신을 기조로 한 ‘핀테크 활성책’이 큰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월 금융당국은 하나의 앱으로 송금이나 결제가 가능하도록 연내 은행권 공동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이는 핀테크 결제사업자에게도 현재 수수료의 10분의 1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발표했다.

또한 간편결제의 충전한도를 월 200만원에서 월 500만원으로 증가시켰으며 30만~50만원 수준의 후불 신용결제기능도 허용했다.

여기에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혁신금융 서비스 우선심사대상 19건 가운데 9건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했다. 여기에는 오는 10월부터 푸드트럭이나 노점상 같은 개인판매자에 적용되는 QR코드 활용 간편결제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금융당국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비롯한 핀테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카드업권에은 이런 금융당국의 혁신 기조가 불편하게 다가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혁신을 기조로 수수료와 대출 등 기존 카드업권의 수익원을 규제하며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카드업권의 수익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를 내비치며 실질적으로 카드사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업권 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방안’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6679억원으로 전년(2조336억원) 대비 17.98% 감소했다.

특히 업권 1·2위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5194억원과 3453억원으로 전년(9138억원, 3867억원) 대비 각각 43.16%, 10.71% 감소했다.

또한 일부 카드사는 실적이 오히려 상승했지만 사후정산금 같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그 증가폭이 크지 않아 전체적인 카드업권이 사정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카드사는 수수료 수익을 대체하기 위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같은 대출 서비스에 집중했지만 이마저도 레버리지 한도에 막혀 올해의 대출사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 카드업권의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이 6배 이하로 규제되고 있으며 다수의 카드사가 한도인 6배에 근접했다. 이는 캐피탈업권의 10배와 비교할 때 규제 강도가 강한 만큼 카드사들은 이를 완화해줄 것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이에 규제로 악화된 카드사의 수익을 보전할 방안을 마련할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가 발족됐다. 하지만 결과는 카드사가 핵심적으로 요구한 레버리지 비율 완화는 중금리 대출에만 적용되며 신용평가업을 허용한다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카드업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 축소와 금융의 혁신이라는 목표에만 신경 쓸 뿐 실질적으로 카드사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삼성카드를 제외한 6개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금융당국에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 비율 확대, 부가서비스 축소 등의 요구를 전달하고 해당 사안이 5월 말까지 해결되지 않는다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에 한 금융관계자는 “결제시스템의 혁신은 미래를 위해 선행되는 게 맞지만 당국이 요구하는 바는 지나치게 빠르고 강경한 감이 있다”며 “의도한 바는 아니라도 현 상황만 놓고 봤을 때 결제시장에서 카드사를 홀대하고 간편결제를 육성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결제 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할 때 금융 혁신에 카드사는 필수불가결하다”며 “규제 일변도로 ‘혁신’을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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