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허 인 KB국민은행장 임기 만료가 4개월 뒤로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역대 최대 실적 달성 등으로 허 행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KB국민은행>

허 행장은 1980년 대구고, 1984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서울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8년 한국장기신용은행에 입사, 1991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합병돼 소속이 전환됐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동부기업금융지점과 신림남부지점에서 지점장으로 근무했으며 2012년 삼성타운기업금융지점 수석 지점장으로 근무했다.

또한 2013년 여신심사본부 상무, 2015년 경영기획그룹 전무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겸임했다.

2016년엔 영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했으며 2017년 11월 윤종규 회장이 3년 간 겸임했던 은행장 직에 새로 취임했다.

취임 후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 특히 디지털 부문서 강점을 드러내면서 윤종규 KB금융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성 개선 ‘성공적’

KB국민은행 순이익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허 행장 취임 후 지난해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2조2592억 원으로 전년(2조1747억 원) 대비 3.89% 증가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793억 원을 기록하며 4대 시중은행 선두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반영된  희망퇴직자 615명의 퇴직비용으로 4분기 순이익이 급감했다

4분기 당기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누적기준 2조2790억 원을 기록한 신한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줬다.

 

 

KB국민은행 지난해 판관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그 결과 판관비가 3분기 8035억 원에서 4분기 1조2660억 원으로 57.55% 증가했으며 4분기 영업이익은 2995억 원으로 전분기(9886억 원) 대비 69.71% 감소했다.

또한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순이익률)와 ROA(총자산순이익률)도 일시적으로 비용이 급증한 영향으로 전년 대비 0.61%포인트, 0.07%포인트 씩 하락해 각각 15.52%, 8.61%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엔 성공했다는 긍정적 평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9795억 원으로 전년(2조6326억 원) 대비 13.18%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구조 효율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 영업 수익 및 비용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실제로 지난해 영업수익은 18조782억 원으로 전년(19조2746억 원) 대비 6.21% 감소했음에도 영업비용은 16조6419억 원에서 15조987억 원으로 9.27%나 감소하면서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건전성 개선에 총력,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위 탈환

금융권에선 지난해 순이익 감소를 희망퇴직 비용 외에도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충당금을 늘린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2016년 당시 악화된 수익을 복구하기 위해 수익성에 집중한 결과 순이익을 2016년 9643억 원에서 2017년 2조1747억 원으로 125.53% 증가시켰지만 대손충당금이 1조6718억 원에서 1조4478억 원으로 13.4% 감소했다.

KB국민은행 건전성 지표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반면 고정이하여신이 2016년 1조7484억 원에서 2017년 1조4526억 원으로 감소하면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각각 0.1%포인트, 0.16%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이는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해 연체율을 개선시킨 결과에 가깝다.

이에 건전성 개선을 위해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늘린 결과 전년 대비 1514억 원 증가한 1조4526억 원을 기록했으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122.31%로 전년 대비 22.64%포인트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도 1조307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48%로 전년(0.58%) 대비 0.1%포인트 감소하는 등 건전성이 크게 향상된 상태다.

또한 이런 노력이 뒷받침돼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순이익 1조3051억 원을 기록하며 신한은행(1조2818억 원)으로부터 순이익 1위라는 타이틀을 되찾아 온 상태다.

◆허 행장을 사로잡은 화두, ‘디지털 전환’

허 행장의 또 다른 직함은 KB금융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장이다. 해당 조직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됐으며 KB금융지주 전체의 디지털 업무 및 IT·핀테크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인사에 대해 KB금융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계열사 CEO에게 맡길 만큼 KB금융이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과 허 행장의 디지털 부문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업무능력이 뒷받침됐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허 행장은 지난 2001년 주택은행 합병 당시 전산통합 팀장을 맡았으며 여신 프로세스 선진화를 위한 종합 정보 시스템(ACRO) 개발팀의 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 CFO 당시 카카오 뱅크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가해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는 등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허 행장을 ‘ICT 업무를 경험한 전문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또한 허 행장 역시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뱅크’를 ‘은행 안의 또 다른 은행(Bank in Bank)’이라고 표현하며 향후 국내 금융사들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미래 동력이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모바일 앱 ‘리브(Liiv)'의 개발 과정을 주관했으며 지난해 11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선포식’을 열고 2025년까지 디지털에 2조 원을 투자해 인재 4000명을 확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혁신기술 역량 확보를 위해 IT기술혁신센터도 신설했으며 지난 2017년부터 애자일 조직 ‘에이스(ACE)’를 조직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적용하고 있다.

또한 19일 김포 한강신도시에 'KB 통합IT센터'를 준공하고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그룹 계열사의 데이터를 결집시키는 등 디지털 부문에서 그 능력을 안팎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9일 김포시 장기동에서 열린 'KB 통합 IT센터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김태집 간삼건축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허인 KB국민은행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사진=KB국민은행>

반면 비은행부문과 해외진출 부문에선 다소 미흡하다는 평이다.

국민은행은 리딩뱅크를 수성하고 있을 당시부터 국내영업에 강점을 띄고 있었지만 해외진출과 비이자부문에선 타행과 비교해 다소 미흡했다.

특히 지난해 신한은행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 1조3990억 원이라는 높은 비이자이익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복합점포다. 계열사인 KB증권과 연계해 자산가와 기업금융 중심의 영업점포를 확대시키며 비이자이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기존 리딩뱅크를 차지하고 있을 당시부터 해외영업에 소홀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었던 만큼 올해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 맞춰 해외 진출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취득해 2대 주주로 등극하기도 했고 올해 2월 인도와 베트남에 지점을 오픈했다. 또한 4월엔  행장 취임 후 첫 해외출장으로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방문해 ‘KB캄보디아은행’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캄보디아 내 출시한 디지털뱅크 플랫폼 ‘리브 KB 캄보디아’는 현재 가입자 수 3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향후 디저털 및 핀테크 기술을 해외 진출에 접목할 방침이다.

◆유력시되는 연임, 그 미미한 변수는?

금융권은 '실적'과 '비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허 행장의 연임이 유력시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금융권의 특성과 이번이 첫 임기였다는 점, 현재 KB금융 핵심 과제인 디지털 부문의 중요 인사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임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반면 연임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평도 존재하는 데, 그 대표적인 ‘걸림돌’이 지난 주택은행과의 합병 당시 개최된 후 무려 19년 만에 진행된 총파업이다.

올해 1월 진행된 총파업은 LO직원 근속년수 인정, 경영성과급, 페이밴드 등의 사안을 놓고 약 9000명(회사 추산 5000명 가량)의 직원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지며 노조 출신 허 행장의 행보에 장애물로 작용했다.

또한 지난해 실적악화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신한은행에 내준 점이나 타행 대비 부족한 해외진출 등은 연임에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만 허 행장은 노조 측과 협상을 통해 총파업을 수습, 지난달 노사 대표자와 외부전문가 4인이 참여한 '인사제도TFT'를 출범시키는 등 소통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2018년도 임단협 조인식’에서 박홍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왼쪽)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또한 취임 직후 줄기차게 수립해 온 디지털 전환의 성과가 가시화 단계에 다다른 만큼 연임을 통해 남은 과제를 처리하게 될 것으로 금융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관계자는 “지난해 일회성 요인으로 인한 순이익 감소나 총파업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이를 잘 수습하고 실적과 건전성 등을 개선시켰다”며 “남은 임기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놓고 볼 때 허 행장의 연임이 유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금융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만큼 리더의 임기가 타 업권에 비해 길고 교체에 보수적이다”며 “디지털 부문이나 영업전략에서 윤종규 회장과 손발이 맞고 능력을 입증한 상황인 만큼 변수는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