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1.13 수 03:35
상단여백
HOME 경제 금융
일본발 금융보복설…“실효성 없다”중장년층 불안감의 원인, 1997년 외환위기

[위클리오늘=신민호 기자] 일본 경제보복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일본자본이 회수되는 등 이른바 ‘금융보복’이 진행될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부문에 대한 일본의 영향력이 한정적인 만큼 금융보복의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과거 IMF 외환위기를 겪은 중장년층의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개각 발표 후 한국수출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금융제재 우려에 대해 "지나친 걱정이 공포감을 키울 수 있다"며 "금융 안정을 위해 주의하더라도 극단적인 위기의식보다는 상황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9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 회의실에서 금융위원장 내정과 관련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일 간 ‘경제전쟁’ 양상으로 흘러가며 이른바 일본의 ‘금융제재’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우대국가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일본 내에서는 우리 정부의 맞대응을 놓고 보복성 제재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그 중 국내 일본계 금융사들의 자금 회수를 포함한 금융제재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를 다시 촉발시킬 것이라는 풍설이 퍼지고 있었다.

이에 5일 금감원은 일각에서 일본 언론기사나 일본 측 인사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검증되지 않는 주관적 평가나 판단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해당 금융제재 조치에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으며 특히 일본이 한국 기업 신용장(letter of credit)에 대해 일본계 은행의 보증을 제한하는 방식에 대해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이 극소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무역결제 시스템을 송금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신용장 거래 비중이 축소됐으며 국내 금융부문의 일본 의존도가 크지 않고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설사 금융보복이 실시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다수의 금융관계자들 역시 주의는 필요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 시점 국내 금융상황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일본 금융보복의 실효성이 극히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세간에 퍼진 불안감은 섣불리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불안감의 원인, 1997년 외환위기

이에 금융관계자들은 현재 고조되고 있는 불안감의 원인으로 과거 외환위기 당시 일본계 금융사의 자금회수를 꼽는다.

한국경제학회의 한국경제포럼 9권 2호에 실린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국 외환위기의 성격과 결과-그 논점 및 의미’에 따르면 1997년 한국 외환위기가 촉발된 계기를 일본의 자금회수로 보고 있다.

당시 외환거래 자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차입금리가 낮은 단기외화 위주로 차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장기외채 대비 단기외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 <자료=한국은행>

문제는 만기가 1년 내외로 짧은 단기외채는 여신회수가 즉각적으로 가능해 금융 불안정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으며 당시 국내 외화대출 시장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계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자 다른 해외자본 역시 빠져 나가면서 외환위기가 촉발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1997년 당시를 경험한 중장년층 심중에는 일본이 금융보복으로 자금회수를 진행하면 국내에 또 한번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불안요소는 일본계 금융기관이 국내에 차지한 비중이 특정업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4개사, 대부업체 8310곳의 대부업체 중 19개사가 일본계에 해당한다.

이들의 총 여신은 1분기 기준 저축은행 11조 원으로 업권 전체의 18.5% 수준이고 대부업계의 일본계 자산은 6조7000억 원 수준으로 업권 전체 38.5%를 차지한다.

국내 금융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일본 자본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저축은행업권과 대부업권을 놓고 볼 때 그 비중이 높아 일본 금융보복이 이뤄지면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취약차주들이 2·3금융권으로 전이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금융권까지 확대된 DSR규제로 취약차주들이 하위 금융권으로 몰린 상황에서 일본의 자금회수가 진행된다면 취약차주 위주로 서민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금융보복, “실효성 없을 것”

하지만 다수의 금융관계자는 앞서 말한 두가지 가능성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강하게 일축하고 있다. 가장 먼저 1997년과 현재의 금융상황이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7년 당시 국내 외환보유액은 204억545만 달러로 전년(332억3669만 달러) 대비 38.6% 감소했다. 이전 1996년까지 외환보유액은 1991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였다.

국내 외환보유액 및 단기외채 추이 <자료=한국은행>

또한 단기 대외채무(1년 이내 상환해야할 대외 채무)와 단기외채비율(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각각 583억7060만 달러, 286.1%로 단기외채가 급상승하기 시작한 1994년 대비 각각 61.3%(221억8600만 달러), 145.1%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올해 1분기 기준 외환보유액과 단기외채비율은 각각 4052억2892만 달러, 31.9%로 단기 외채 대비 외환보유량이 충분해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1997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된 상태라는 것이다.

또한 국내 저축은업권의 경우 영업자본의 대부분을 일본이 아닌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차입규모가 크지 않아 자금회수 등의 금융보복을 통해 급격한 영업 축소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금감원의 발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경우 출자금의 인출(자본감소) 또는 제3자 매각 우려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및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견제 장치가 있어 현실적으로 여신회수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업권 역시 전체 차입액 11조8000억 원 가운데 일본자금 차입규모가 4000억 원 수준이라 그 규모가 적다.

따라서 금융권에서는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대출을 중단하거나 회수해도 그 규모가 적어 국내 금융사로 대체가 가능하며 만기연장 거부 시 해당 일본계 금융사의 건정성 악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금융보복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금융관계자는 “일본계 금융사를 통해 단기자금 위주로 빠져나간다 해도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만큼 은행 선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며 “일본에서 즉발적으로 회수 가능한 금액이 크지 않을 뿐더러 정부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해 금융보복에 대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 관계자 역시 “일본 무역규제가 장기화된다면 관련 기업 리스크가 증가하겠지만 금융부문까지 확산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금융보복이란 요소를 통해 발생하는 해외 평가나 경제 전반에 심리적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기민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민호 기자  fi@onel.kr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민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