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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에 효과 있다”…때 아닌 ‘품절 대란’
알약. 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Pixabay>

[위클리오늘=이주현 기자] 최근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며 해당 약품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 사태는 한 국내 유튜브 채널이 자신을 미국 오클라호마에 사는 ‘조 티펜스(Joe tippens)’라고 밝힌 한 남성의 블로그 글을 공개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조 티펜스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월 온몸에 암이 퍼진 말기소세포폐암 4기 환자로 3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이후 생존 기한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텍사스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 참여하던 그는 한 수의사가 암 환자에게 ‘펜벤다졸’이라는 강아지용 구충제를 먹으라는 권유를 한 것을 알게 된다.

당시 수의사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우연히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4기 뇌암을 선고받은 사람이 이 구충제를 먹은지 6주 만에 암이 사라지는 효과를 봤다.

조 티펜스는 이후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난 뒤 암이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록해 많은 사람에게 알렸다. 자신과 같이 강아지 구충제를 먹고 완치된 40여 사례까지 수집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20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조회수 134만 회를 넘어서며 수많은 네티즌과 전문가를 토론의 장으로 이끌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상 근거가 부족하고 사례만 나오는 상황”이라며 “구충제를 다른 약과 함께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 암 환자가 부작용이 무섭겠나. 만약 내가 말기 암 환자였다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당장 먹었을 것”, “항암치료 부작용보다는 강아지 구충제 부작용이 낫지 않겠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약이 효과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암 치료로 벌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에 일부러 그 사실을 묻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댓글 반응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제약회사에서 약을 팔기 위해 가짜로 지어낸 말은 아닌지도 의심해봐야 한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강아지 구충제의 암 치료 효용성에 대해 수많은 네티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과거 YTN이 한국과학정부기술원(KISTI)의 연구와 관련해 보도한 ‘구충제 간암 치료 신약으로 변신’이라는 보도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학정보기술원(KISTI)은 2017년 미국 대학과의 공동연구로 구충제에 간암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 연구는 과학 전문 주간지 네이처에 <Reversal of cancer gene expression correlates with drug efficacy and reveals therapeutic targets>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하지만 당시 연구한 구충제는 강아지용 구충제가 아닌 사람용 구충제로, ‘펜벤다졸’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처럼 강아지 구충제의 항암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사뭇 다른 모습이 감지된다.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련 영상을 보고 병원으로 전화하거나 약을 사러 온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며 “우리 병원뿐 아니라 다른 병원에도 물량이 없다. 많이 팔리던 약이 절대 아닌데, 도매상에서 물건이 안 들어오는 상태”라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한 동물약품 도매상은 “최근 2~3일 안에 있던 재고가 다 팔렸다. 저희도 품절이라 팔지 못하는 상태”라며 “지금 유명해진 제품 말고 다른 제품도 모조리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또 동물병원 외에 다른 쪽으로는 공급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사실 내용 확인을 위해 해당 제품 수입처인 한국MSD동물약품에 문의했으나, “해당 제품이 어제 일자로 품절된 건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약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실제 암 치료용 신약 개발의 뿌리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주현 기자  feat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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