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0회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1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20일간 열린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국정감사로, 그간 정쟁(政爭)에 휘말렸던 국회가 국민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자못 기대가 크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국회의원)가 행정부와 사법부, 그리고 경제계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잘잘못을 파헤치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를 ‘야전침대’, ‘진검승부’로 비유하는 것이다.

국민의 기대치도 높다. 의원들 역시 국민의 기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문제와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 문제, 국정원 개혁과 남북문제, 원전비리, 4대강 의혹 등 따져봐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태다. 하지만 기대감이 높았던 국민들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다. ‘호통질의’, ‘과도한 폭로전’, ‘증인 줄 세우기’ 등 국정감사의 질 저하를 불러왔던 악습이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현재 각 상임위별로 채택된 기업인은 모두 193명이다. 아직 증인 채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임위를 포함할 경우 200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 규모다. 국정감사 일정상 이들 모두를 증인으로 세워놓은 후 사실을 밝히고, 의혹을 해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들은 적당히 둘러댈 것이고, 곤란한 상황에서는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머쓱해진 국회의원들의 ‘호통’이 눈앞에 선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목이다.

‘총성 없는 전쟁’에 나서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대립각도 문제다. 사초(史草) 실종, 국정원 선거개입의혹 등 각각의 아킬레스건이 분명해 이에 대한 설전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책 국감’이 아닌 ‘정쟁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대표회의(국회)의 국민의 대표(국회의원)에게 주문하고 싶다. 정쟁이 아닌 정책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야 한다. 국감이 부실과 정쟁으로 얼룩져 ‘국감 폐지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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