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용 칼럼니스트

최근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동양그룹의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상당수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투자자 대부분이 일반 개인투자자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들은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회사채 등에 투자 가능한 회사 등을 미리 설정해 두는데, 동양그룹 계열사는 투자부적격 신용등급에 해당돼 상당수 금융기관에서는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판매해왔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원칙적으로 투자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라 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의 동양그룹 회사채와 기업어음 투자에 따른 손실이 확대 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 경영진의 부도덕과 무능력이다. 기업이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게을리하고 개인투자자에게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매해 소위 말하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또한 창업주의 사위인 현재현 회장과 창업주의 장녀이자 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 간의 경영권과 관련된 불협화음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풍전등화와 같은 기업운명 앞에서 경영권에 대한 힘겨루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둘째, 동양증권의 무차별적인 판매행위가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 동양증권은 금융투자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융투자업자의 영업행위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무리하게 동양그룹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판매 행위를 해왔다. 무리한 판매행위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에게 준수하도록 규정한 적합성 원칙, 적정성의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의 금지 조항 위반 등 불법행위도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 감독 당국의 미흡한 사전대책이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 동양그룹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왔고 금융감독 당국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얼마 전까지도 동양증권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매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금융 감독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법정관리 진행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명약관화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채권은 주주보다는 우선적으로 상환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지만 이것은 회사에 재산이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서다. 법정관리를 진행하면서 회사의 재산상태가 채권자의 채권상환에 부족하다면 채무조정을 통해 채권자의 권리를 조정하게 되고, 조정된 금액만큼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보게 된다.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가 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은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매한 동양증권 등을 상대로 소송하여 보전받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2011년 LIG건설의 기업어음과 관련한 판결(서울남부지방법원 2011. 12. 9 선고)이 있다.

LIG건설은 2011년 4월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아 기업어음 채권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판매한 증권회사가 위험성이 높은 기업어음에 투자하도록 권유해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조항 등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증권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중요사항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판결했다.

LIG건설 기업어음을 판매한 증권회사의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의 금지 등에 해당할 수 있었으나, 자본시장법 제47조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별도로 제48조에서 손해배상금액을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원은 개인투자자 보호에 보다 적합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추정 규정에 따르면 투자자는 손해액을 입증할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매우 유리한 규정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동양그룹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도 동양증권을 상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손해의 입증책임의 부담 등에서 매우 유리할 것이다. 다만 동양그룹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판매한 동양증권에 대한 소송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동양증권도 이미 자생력을 상당부분 상실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소송을 통해 얼마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향후 동양그룹 계열사의 법정관리는 순탄치 않을 것이고, 많은 투자자들이 가슴을 졸이며 사건 진행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루 빨리 동양그룹 사건이 원만히 마무리되기 바라며, 향후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감독 개선을 촉구한다. 부산의 저축은행 사건, 동양그룹 사건에서와 같이 개인투자자나 서민들의 피해가 충분히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수동적 조치만을 취하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사후처리에만 급급하고 있다. 사건의 사후처리를 잘하는 당국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이 금융당국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건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역할일 것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