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8일 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은 8일 오후 북측 선박이 인계되는 모습. <사진=통일부>

[위클리오늘=김갑근 기자] 북한 선원의 ‘강제 북송’ 논란에 대한 해외 인권단체의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시민단체와 법조인들이 국정원과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안보실 수장들을 ‘헌법 제3조’ 위반에 따른 직권남용, 직무유기, 살인방조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변호사·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시민단체 '정의로운 통일을 생각하는 법률가 모임(정의통일법률모임)'은 11일 오후 서울 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주민이 귀순한 사실을 전 국민에게 숨기고, 북한이탈주민 보호 의무를 저버린 뒤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주장했다.

고발을 주도한 탈북민 지원 단체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탈북자는 귀순 의사를 밝힌 순간부터 국가의 보호 의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강제 북송 조치를 강력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날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정부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헌법 제3조'에 의해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며 대한민국의 현실적 관할 범위로 들어온 이들을 강제 북송한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와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 7명 중 9세 최양의 가족들이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강제북송 관련 추궈 홍 주한중국대사 면담 요청 및 정부의 대응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한문을 들고 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언론에서도 정부가 ‘흉악범’으로 규정한 탈북자 2명의 비밀·강제 북송은 대한민국 헌법과 유엔 고문방지협약 등 ‘원칙’ 차원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사건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미스터리’ 투성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상식 차원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정황이 수두룩한데도 문재인 정부는 쉬쉬하며 서둘러 북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내부에 이견이 있었고, 합동조사팀조차 급작스러운 송환 결정에 당혹해했다고 한다”고 전하면서 “국가정보원과 통일부는 전격 북송에 소극적이었는데 청와대가 주도, 군기 문란에 해당될 정도의 ‘국방부 패싱’ 현상도 표출됐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 2명은 판문점에 도착할 때까지도 자신들이 북송될 거란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나포한 지 닷새 만에 이들의 추방 결정을 내린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북송된 북한 주민 2명이 나포 첫날 귀순 의사를 밝히는 자필 서류를 작성, 한국에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문서로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제 북송’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북송은 정부의 반(反)인도적 처사라며 규탄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18개 국내 인권 단체는 북한 주민 강제 북송에 대해 ‘불법 행위’로 규정,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 공동위원회’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베를린장벽 너머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사실상의 사형선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은 이날 "이번 북한 주민 2명 추방은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고, 또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북한 주민이 북송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추방당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통일부는 대북조치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호송 과정에 대해서는 따로 확인할 만한 사항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