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임영서 기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14일 전후(戰後) 70년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언급했지만 이를 일본이 저지른 사실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5시 임시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담화를 정부 공식입장으로 결정한 아베 총리는 오후 6시부터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역사관을 담은 담화를 낭독하고서 그 취지를 설명했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전후 50년의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와 전후 60년의 고이즈미(小泉) 담화(2005년)에서 명기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역대 정권의 기본적인 입장을 계승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다.

하지만 담화는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키워드인 '식민지 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사죄'의 4개 문구를 역대 정권의 노력을 언급하는 대목에 배치하면서 맥락상 '일본이 행한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적극적인 평화주의 하에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이제까지 이상으로 공헌하겠다고 천명했다.

담화는 ‘침략’에 관해서는 "어떠한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원론적으로 강조하는 데 머물렀다.

이와 관련해 담화는 지난 세계대전 때 "일본은 외교적-경제적인 난국을 무력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가야 할 진로를 잘못 정해 전쟁으로 가는 길로 가다가 70년전 패전했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 스러진 모든 이들의 생명 앞에 깊이 머리를 숙이고 '통석의 염'을 표하는 한편 영겁의 애도를 정성껏 바친다"고 회한과 반성을 보였다.

식민지 지배 문제에도 담화는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한다"는 선언적 표현을 넣는데 그쳤다.

담화는 반성과 사죄에 대해서는 "일본은 지난 세계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 왔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하는 데 그쳤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요구 등을 감안해 '사죄'의 의미를 담은 문구를 담화에 넣었지만, 과거 담화를 인용하는 형식에 그쳐 진정성에 의문을 던지게 했다.

더욱이 아베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한·중의 끈질긴 문제 제기를 염두에 둔 듯 "정치는 역사에 겸허해야 한다. 정치와 외교적인 의도로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견제하기도 했다.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서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에는 "전쟁의 그늘에는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받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무라야마 담화와 고이즈미 담화가 대략 1300자 정도인데 비해 아베 담화는 3000자를 넘는 분량이다.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진의를 각국에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담화의 영어번역본을 이미 낸 데 이어 향후 중국어와 한글 번역본도 출간해 배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번 아베 담화는 무라야마 담화에서 후퇴하고 미흡한 내용인 만큼 한국, 중국의 반발로 한·일, 중·일간 불편한 관계가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그간 추진해온 한·중·일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 중·일 정상회담 등이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아베 총리는 오전에 야마구치(山口)현에 있는 작고한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晉太郞) 전 외상의 묘소를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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