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카메라 앞 유력후보들의 자화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우선 11월 26일 예정된 단독 TV토론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킨다는 계획이다. 애초 박근혜 캠프에서는 날짜를 23일로 준비했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라 시청률이 낮아질 수 있고, 야권의 상대가 정해진 26일에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날짜를 23일에서 26일로 옮겼다. 

토론은 박 후보와 패널들의 문답식으로 진행되는데, 정책은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면서 따뜻하고 위로를 주는 박 후보의 멘트로 ‘준비된 여성 대통령’ 콘셉트에 맞는 이미지를 선보일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진영 정책위의장 겸 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TV토론 총괄 책임자로 하고, 사안별로 여러 팀의 협조를 얻는 방식으로 선거운동 기간 중의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TV토론에서 특히 정책 메시지를 부각시킨다는 전략으로 준비된 후보, 든든한 후보라는 점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朴, 단문단답형 대신 ‘친 근혜’ 주력   

박근혜 후보가 구사하는 TV토론 스타일은 ‘정제된 단문단답형’이다. 박 후보는 말수가 적고 꼭 필요한 말만 하면서 신뢰감을 준다. 신중하고 절제된 행동이 몸에 밴 박 후보는 구사하는 언어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스타일이다. 

2009년 정치권에서 불거진 ‘세종시법 수정’ 논란에 대해서 “원안을 지키고 플러스 알파를 해야 한다”고 간명하게 말한 것이나 2008년 총선에서 당권을 잡은 친이계가 친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을 벌이자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핵심을 찌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후보는 이처럼 거두절미하고 핵심만 터치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친근하게 쓰는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 스타일을 TV토론에서 자주 사용하면 국어 교과서를 읽는 듯한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짧은 답변이 아니라 마이크 하나만 들고 청중과 직접 대면하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답변을 하다보면 “아, 그, 저” 등의 습관어를 많이 사용한다. 카메라를 응시하는 대신 책상 아래 원고를 자주 보는 모습도 보인다. 따라서 박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는 단문단답형의 딱딱한 발언 대신 친근한 박근혜 이미지를 선보이는 데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이 내심 걱정하는 것은 중앙선관위 합동토론이다. 이 토론에는 박 후보와 문재인 후보,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참석한다. 여당후보 1명 vs 야당후보 3명의 구도인데, 공교롭게도 소수 정당 후보들이 모두 여성이다. 여성후보들에 둘러싸여 여성 vs 여성 구도로 박 후보에게 공격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에 박 후보는 이에 대비한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한다.  

文, 온화한 목소리에설득력 뛰어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반백의 머리에 조용조용한 말투와 미소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온화한 이미지와 달리 TV토론 할 때의 태도는 정열적이고 강인하다. 법조인 출신답게 논리적이면서 설득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문재인 후보는 정치 입문 초기에는 ‘원고 낭독형’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지난 민주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최근 기자협회 등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몇 차례 경험하면서 토론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지난 총선 때 경쟁자였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도 지난 21일 문재인·안철수 토론을 본 뒤 “문 후보가 4·11 총선 때보다는 국민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잘한 것 같다”고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답변이 다소 설명적이다.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설득시켜려는 생각이 강하다. 변호사 출신으로서 딱딱한 어법도 귀에 걸리고, 치아 임플란트로 인해 모음을 발음할 때 발음이 부정확해 단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부산 사투리가 심하고 말하는 도중에 ‘인제’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도 고쳐야 할 점이다. 문 후보는 이런 지적에 따라 당내 경선 이후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 문장을 또박또박 끊어서 읽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었는지 <서울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22일 야권단일후보 결정을 위한 TV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안철수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을 더 잘했다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安, 카리스마 부족이 패인 

안철수 후보는 막판 TV토론에서 승기를 잡지 못해 출마의사를 접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0일 한국기자협회 토론회에서 조동화 시인의 시 ‘나 하나 꽃 피어’를 낭송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시구를 언급한 뒤 “국민을 믿는다. 함께 꽃 피우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렇듯 감성적인 메시지를 잘 구사한다. 관심 가는 화두를 공개적으로 던지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일으키는 ‘감성 화법’에 능하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설명해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재벌개혁에 대해 얘기하면서 “삼성전자가 빵집 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는 식으로 쉽게 설명한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많았다. 작고 가는 목소리 때문에 호소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 21일 문재인 후보와 토론 때도 겸손했지만 너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 대중을 장악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이 결국 후보사퇴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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