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재명 "김대중·노무현 와도 패배" vs 反이재명 "상처뿐인 영광"

사진 오른쪽부터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 재명 의원(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박용진 공동선대위원장. 2022.02.15. /뉴시스
사진 오른쪽부터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 정세균 상임고문, 이 재명 의원(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박용진 공동선대위원장. 2022.02.15. /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이수용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대선의 석패에 이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하자 그 책임을 두고 '친(親)이재명계'와 '반(反)이재명계' 간 이전투구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의원(인천 계양을)의 반성 없는 등판을 두고 지방선거에 앞서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당이 강성 지지층의 팬덤 정치에 휘둘리면서 ‘쇄신’과 ‘변화’ 원하는 지적은 힘을 받지 못했다.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전국 유세를 이끌어야 할 이재명 의원이었지만 자신이 출마한 선거마저 판세가 박빙으로 요동치자 이 의원은 당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인천 계양에서 발이 묶였다.

특히 3선 중진 의원인 박완주와 ‘처럼회’ 소속 최강욱의 성비위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호소에 이어 ‘86그룹 용퇴론’을 꺼내 들어 중앙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당 지지율의 하락 추세는 더욱 가속됐다.

결국 당 지도부가 이 의원의 당선을 위해 오히려 인천을 방문해 유세 지원을 해야 할 만큼 민주당은 ‘이재명 효과’가 실종된 채 선거 막판까지 코너로 몰리게 됐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민주당은 ‘쇄신·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갓 출발한 尹 정권의 ‘견제론’을 내세워 무작정 읍소하는 전략으로 지지층의 투표 참여만 독려했다.

결국 지선 결과는 참패로 이어졌고 민주당 분위기는 이미 책임 공방의 깊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 비명계(반 이재명파) “상처뿐인 영광”
▲ 이원욱 의원 "상처뿐인 영광"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여기서 '수박'이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이재명 고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겉과 속이 다른 배신자라고 지칭하는 말이다.

이 의원은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며 "무더위에 국민들이 수박을 찾듯이 이 순간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당에서 최소한의 발언이라도 하는 수박이 아닐까 한다"고 글을 올리며 이재명 의원과 친명계(親이재명파)를 꼬집었다.

▲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 “두 번째 심판, 겸허히 수용”

‘팬덤 정치’에 반발하며 ‘586 용퇴’를 주장해 온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원욱 의원의 글에 '좋아요'를 눌러 분란은 더 격화됐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 여러분의 두 번째 심판,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강성 지지자들은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역대급 진상 패악질”이라며 맹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에게 패했던 이낙연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은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짓을 계속했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종민 “지선 ‘대선 시즌2’로 패배…이재명·송영길 출마가 결정적”
“이재명, 당 대표 출마? 개인적으로도 재앙”

김종민 의원은 선거 패배와 관련해 “이재명, 송영길 두 분이 출마한 게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요청해 계양을에 출마했다’는 이재명 의원의 설명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호중·박지현 비대위원장도 반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심지어 측근들도 전날까지 다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남국 의원과 (발표) 전날 얘기했는데, ‘절대 그럴 일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도전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도 큰 재앙이 될 것”이라며 “안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정도로 국민이 심판을 했으면 ‘이건 아니구나’ 하는 게 맞다”며 “또 고집을 피우면 개인적으로도 큰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 “이재명 향한 비판 이젠 두려워 않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입이었던 고민정 의원은 이번 선거가 참패로 끝나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의 선택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패배 원인을 두고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을 서로가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것 같다”며 “그게 가장 큰 패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자중지란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 하나 때문에 그냥 덮어온 것들이 이번에 완전히 무너져내린 것 같다”며 앞으로는 두려워 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 이낙연·친문재인계 20명 심야 총집결 "이재명 전면 나서면 총선 박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 이은 지방선거 패배로 대혼돈에 빠진 가운데 반명계(反이재명파)가 ‘이재명 책임론’에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명계와의 전면전을 대비해 심야 회동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선거 패배)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 ‘반성 부재’라는 비판을 받아 2년 후 2024년 총선에선 당이 박살이 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또 “국민께 변화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도 이 의원은 전면에 서려고 한다. 당의 위기를 자초할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을 직격한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의원은 과거 선례를 들며 차기 당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는 이재명 의원을 대놓고 비판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한편, 친문재인계 당권 주자로 꼽히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과 전해철 의원도 ‘이재명 책임론’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문·비명계

이 밖에도 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이상민 의원과 박용진 의원도 선거 패배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이상민 의원 “뜨겁게 다투어 보자”

5선인 이상민 의원은 “차라리 내놓고 격하게 싸우자”며 당내 토론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끈적끈적하게 고착화된 계파주의에 찌들어 있다”며 “그것도 저급한 패거리 계파주의다. 그런데 겉으로는 쇼윈도 부부처럼 행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모든 잘 잘못, 모순, 이해관계 등을 펼쳐놓고 철저히 따져 보자”며 “책임질 사람 깨끗하게 책임지고 뒤로 물러날 사람 군소리 없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더 이상 어느 특정인 때문에 당 전체가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 하지 말자”며 “비전과 노선, 전략 등을 놓고도 정말 뜨겁게 다투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차라리 아예 내놓고 드러내 격하게 다투어 정리하는 것이 해법이라 생각한다”며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해서도 안된다. 힘들더라도 거쳐 가야 하고 불편하더라도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진 의원 “회초리 아닌 야구 방망이로 맞은 것”
“‘이재명 효과’ 없었다”

박용진 의원은 선거 결과와 관련해 "(민주당은)회초리가 아니라 야구 방망이로 맞았다 이런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께서 회초리를 내리신 거고, 민주당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하셨는데 변화와 혁신 없이 계속 갔다"며 "결국 대통령 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는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이러면서 국민의 질책과 평가를 회피했다"고 패배 원인을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효과로 기대했던 건 우리가 얻지 못했다"며 "국민이 보실 때는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후보, 당 대표, 또 그 당시 원내대표 이런 분이 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민주당이 스스로 대선의 연장전으로 구도를 끌고 들어간 것이 패착”이라고 말했다.

친명계(親 이재명파) "김대중·노무현 와도 패배"

이에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이재명 책임론’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재명 의원의 측근 그룹인 '7인회'의 일원인 문진석 의원은 "이번 선거의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죠"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이번 선거에 대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오셔서 총괄 선대위원장을 하셨다고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이던 당시 비서였던 백종선 씨는 '대표 수박' 글을 게시한 이원욱 의원에 "곧 한 대 맞자. 조심히 다녀"라는 댓글을 남겨 일각에서는 ‘조폭’이냐며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댓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처럼회' 이수진 의원 "이재명 부른 건 당원“

이수진 의원은 선거 참패를 놓고 '이재명 책임론' 등 당 내부에서 분란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재명을 불러낸 게 누구인가, 당원들이 요청했고 당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인 이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이재명 의원,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로 지목하는 것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패배의 원인이 어찌 한 두명에게 있겠나“라고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를 두둔했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추경액 16.9조원' '임대차 3법·세제 등 부동산 문제 민심 외면' '언론개혁 법안 미처리', '검찰개혁 법안 반쪽 통과' 등을 거론하며 "민생도 개혁도, 타이밍도 내용도 놓쳐버린 당사자는 바로 민주당. 패배의 씨앗은 여기 국회 안에 있었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 "배척하는 정치 안 돼"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도 "지방선거의 결과와 무관하게 민주당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며 "약속을 지키는 정당,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정당, 개혁을 멈추지 않는 정당을 만들 것"이라며 "민주당이 변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꼈다"고 덧붙였다.

손혜원 전 의원 “민주당 패배는 이낙연 때문…본인만 모른다”

손혜원 전 의원은 “민주당의 패배는 이낙연 전 대표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손 전 의원은 <이낙연 “민주당 패배 원인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린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된 것. 본인만 모른다”고 이 전 대표의 뼈를 때렸다.

손 전 의원은 전날 지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라고 이재명 의원을 저격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향해서도 “‘국민의당’이 ‘민주평화당’으로 사라져갈 때 이분 뭐하셨더라? 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에 관심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재명 의원에 대해서는 “계속되는 민주당의 오만과 뻘짓 속에서 그나마 경기지사 성공, 인천 계양에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고 이 의원을 치켜세웠다.

또 “계산 없이 자신을 던져 최선을 다 했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눈물 나는 헌신을 통해 보석 같은 정치인을 재발견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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