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박영수 특검의 수사가 90여 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해 12월12일 출범한 특검은 '성역 없는 수사'를 벌이겠다는 의지로 출범해 적잖은 실적을 냈지만 아쉬운 대목도 남겼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을 비롯해 안종범 전 정책수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의자 18명을 기소하고 총 31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하지 못하는 등 한계도 분명했다. 이제 그 공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4년 전 51.6%의 지지율로 탄생한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까’ 시중에는 “이러려고 국민이 됐나”라는 자조 섞인 얘기도 회자된다.

100년에 한번 있을 법하다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의 심리절차를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이번 사태는 어떤 화두를 던지는가?

상당수의 국민들은 보편적 상식이 통하지 않은 이번 사태에 아연실색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목도하며 개인과 전체의 이익에 어떤 것이 우선하는가에 대한 심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집단이나 조직에서 개인은 각자마다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은 집단의 목표보다 개인의 목표에 더 집중하기도 한다. 이 같은 경향은 일그러진 사익에 집중한 개인으로 전체를 망치기도 한다.

반대로 전체의 가치가 개인의 가치를 철저히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전체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전체의 가치는 개인의 창의와 의미를 철저히 무력화 시켜 개인을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키곤 한다. 이런 예를 우리는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일본의 역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결국 개인과 집단의 가치나 이익은 병렬적관계로 양립하고 승화돼야 그 존재성이 부각되고 높은 가치로 나타난다.

이번 최순실 사태는 이 같은 명백한 상식이 위배된 사태라 보는 것이 적당하다. 단순한 비선실세 논란뿐 만아니라 공익과 사익이 혼재된 괴물적 사태라 봐야한다.

특히 그 가운데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연루돼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이 사태를 더욱 위중하게 한다.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어른들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도리가 없게 됐다.

2015년 전국 초중고생 1만1천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억이 생기면 죄짓고 감옥에 갈 수 있나’라는 질문에 초등학생 17%, 중학생 39%, 고등학생 56%가 10억을 위해 감옥에 갈수 있다는 답을 했다.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태를 보노라면 이 같은 대답을 하는 청소년을 크게 나물랄 재간도 없다. 그동안 우리 어른들이 보여준 모습이 그대로 이들에게 투여된 것은 불문가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사회의 규범과 도덕의 잣대가 명확히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저 하루하루 생활이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비유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유행가 가사 말이 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더 이상 표류하는 대한민국과 개인 모두가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선에 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의 창피한 역사는 찬란한 미래의 쓴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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