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지난 12일 오후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5.9 대선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의 내홍이 심상치않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세력다툼이 도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예고된 분란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지 불과 열흘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내부 분위기를 추스려 자강을 해도 쉬원치않을 판에 막말이 오고가는 세싸움에 눈쌀을 찌프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 홍준표 전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친홍(親洪)파가 결성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를 집결한 홍 전 후보 진영이 비박계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홍 전 후보는 현재 미국에 머물며 휴식을 취하며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내며 연일 친박계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그러자 대선 기간 동안 눈치를 보며 발언을 자제하던 친박계도 홍 전 후보를 집중 성토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두 진영은 최근 크게 한번 맞붙었다. 홍 전 후보가 선제 공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더니 감옥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 참 가증스럽다"며 친박계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친박계 새로운 중심으로 당권도전을 시사한 홍문종 의원이 즉각 반응했다. 그는 "그동안 선거하면서 목이 터져라 우리가 사는 길이 당이 사는 길이라고 했는데 바퀴벌레가 어쩌고 탄핵이 어쩌고 하는 게 제 정신이냐"라며 "낮술 드셨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홍 전 후보를 강력 비판했다.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동참했다. 정 원내대표는 홍 전 후보를 향해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며 "그 점을 잘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견제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차기 당대표 후보로는 홍 전 후보를 필두로 친박계 홍문종 의원과 정 원내대표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지지를 발판으로 당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며 지난 대선을 계기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홍 전 후보를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관건은 결국 조직력 싸움에서 갈릴 전망이다. 대선과 달리 전당대회는 결국 당의 대표를 뽑는 일이어서 당내 조직력과 각 지역 판세가 당락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친박계가 어느정도 기득권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친이계(이명박계) 중심으로 홍 전 후보와 가까운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들이 홍 전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보여 만만찮은 세력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홍 전 후보는 특히 대선후보 시절 당헌당규상 명시된 당무우선권을 근거로 복당파의원 13명에 대한 일괄 복당을 강행한 바 있다.

복당 추진 당시 전 국민적 비난여론과 친박계의 반발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받은 이들 복당파 의원들은 홍 전 후보가 귀국해 당권 도전 시동을 걸 때 적지않은 힘을 보탤 것이 불보듯 뻔하다.

또 다른 변수는 20여명에 달하는 자유한국당내 초선의원들이다. 이들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選數) 우선주의를 배격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결의하며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복당 의원들의 재입당을 두고 집단 반발한 친박계를 겨냥해 "복당과 징계문제는 더 이상 거론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당내 분파를 일으키고 분열을 시키는 자에 대해서는 단호한 행동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계파 청산과 당의 혁신을 주장했지만 사실상 친박계 청산을 주장하며 홍 전 후보의 당대표 추대론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초선의원인 곽대훈 의원은 "대선에서 그나마 24%의 득표를 한 것은 홍 후보 개인의 역량과 경험이 쌓여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도 "홍 후보가 우리 지역구에 6번 왔다 갔는데 주민들의 의사를 다 모아서 다시 우리 당을 살릴 수 있는 불씨를 만들었다"고 거들었다.

김순례 의원은 "싸우지 말고 전대를 해서 지도부를 만들자는게 미션"이라며 "강력한 지도자를 만들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혁신해야 한다"며 홍 전 후보를 옹호했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전당대표 투표권을 가진 책임 당원과 핵심 당원들이 여전히 친박 조직에 몰려 있어 초선의원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여전히 당내 안팎으로 친박 2선후퇴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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