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협조" 과반수 통과는 가능..한국당 "강행땐 협치없다" 고수

▲ 문재인 대통령. <사진=포커스뉴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보름여만에 맞는 첫 위기에서 벗어날 틈을 일단 확보했다.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에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결정한 덕분이다.

문 대통령도 위장전입 등 인사기준과 관련해 제기된 혼선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고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이낙연 총리 후보자 지명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고수하고 있어 여야 협치 기조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 열린 수보회의(수석비서관· 보좌관 회의)에서 위장전입 등 취임 후 불거진 '인사 잡음'과 관련해 야당과 국민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뿐아니라 강경화 외무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을 싸고 제기된 위장전입 등의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수위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돼 논란이 생겼다.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청와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이 협의해 현실성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 전입·세금 탈루·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 과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의 논란은 그런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야당 의원들과 국민이 양해해달라"며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돼 버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제가 당선 첫날에 곧바로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과 인사 탕평을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법 위반, 음주 운전 등 더 큰 범죄 사유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히 '5대 중대 비리'라 공약했던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이 문제가 됐었던 사유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이 5대 비리를 비롯한 중대 비리자들의 고위 공직 임용 배제 원칙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와 깨끗한 공직 문화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그것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했다.

다만 "제가 공약한 것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사안마다 발생 시기와 의도, 구체적인 사정, 비난 가능성이 다 다른데 어떤 경우든 예외 없이 배제한다는 것은 현실 속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렇다고 해서 그때그때 적용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돼서도 안 될 것"이라며 앞서 언급한 구체적인 인사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안 처리에 대승적으로 협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과 오후 의원총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며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 인사 원칙을 포기한 것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 표명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양해'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에 대해 "수용 불가"라는 당론을 재확인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 이후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안 국회 처리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해왔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국무총리로서 공감받지 못한는 사람을 통과시켜선 안된다"며 "사과하면 예산을 다 통과시키고, 사과하면 법안을 다 통과시키는건가"라며 '강한 야당'의 기조를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의 협조가 있으면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가능한 상황이다.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현재 전체 국회의석 300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20석, 국민의당은 40석으로 두 당 의원이 전원이 출석해 모두 찬성표를 던지면 총리 인준안은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우리 없이 간다면 협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부담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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