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용의자 DNA 검사서 배제돼…교민들, SNS 추적으로 진범 파악

▲ A씨 일행이 황씨 집에 들어가는 장면. <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박찬익 기자] 최근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시에서 발생한 한인 총기피살사건의 진짜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애초 피해자의 가방을 훔친 이웃들이 용의자로 지목됐는데, 우리 경찰의 수사 결과 내연녀가 현지 남자친구와 공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외사국은 사건 발생 16일 만에 진범 3명 중 2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진범은 앞서 외신 등을 통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 강도들이 아니었다. 피살된 한국인의 내연녀인 필리핀 여성 A(20)씨와 A씨의 남자친구 B(34)씨, B씨의 지인인 전문 킬러 C씨였다.

한국인 황모(47)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청은 수사 지원을 위해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현지 파견된 경찰주재관을 투입시켰다. 지난달 21일에는 프로파일러와 폐쇄회로(CC)TV 전문가, 감식 전문가 등 3명을 추가 배치했다. 

발견 당시 황씨 자택 문은 파손되지 않은 상태로 열려있었다. 필리핀 경찰은 황씨 자택 내부에 집 열쇠와 황씨의 휴대전화가 없는 점을 토대로 강도의 사전 범행에 의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이웃에 사는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범인을 잡은 듯했지만, 뜻밖의 장애물이 나타났다.

또 다른 유력한 증거물인 줄 알았던 혈흔 묻은 셔츠의 DNA 분석 결과 피해자와 일치하지 않았다.

현지에 파견된 우리 경찰은 원점으로 돌아가 교민과 공조 수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 새로운 단서를 찾았다.

숨진 황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A씨가 사건 당일 황씨의 집을 방문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현지 경찰은 마사지 가게에서 일하던 A씨를 체포,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황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해온 A씨는 최근 황씨 집에서 금품을 훔치다 들켜 황씨로부터 폭행을 당한데 대해 앙심을 품고 자신의 남자친구 B씨와 살해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황씨에게 '훔쳤던 물건을 돌려주겠다'며 사건 당일 오후 11시30분께 B씨, C씨와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다음날인 0시23분께 현장에 도착한 뒤 B씨는 망을 봤고 C씨는 미리 준비한 소음기 달린 45구경 권총으로 범행을 벌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B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이같은 범행을 시인했으며 현지 경찰은 A씨와 B씨를 살인죄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또 전문 킬러인 C씨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찰주재관, 코리안데스크를 비롯한 교민들이 적극적으로 응원, 협조해 해결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해외체류 국민들의 안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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