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기 대림산업 고문이 사장 재임 당시 회사 창립 기념일을 맞아 소외계층에 전달할 쌀을 배달하고 있다. / 대림산업 제공

박창민 '최순실 낙하산' 발목…김한기 '석연찮은 사유' 사퇴
오너 일가 고액 연봉 싹쓸이…CEO 연봉킹은 삼성물산 사장 

[위클리오늘=오경선 기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주요 대형건설사의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들 일부는 때아닌 된서리를 맞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3위인 대우건설의 박창민 사장과 4위 대림산업의 김한기 사장이 돌연 사직했다. 두 사람은 한국주택협회장 자리를 바통을 주고받을 정도로 업계에서 비중이 있는 CEO여서 파문을 더하고 있다.

박 사장의 불명예 퇴진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 최순실 씨와 오고 간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본부장이 박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문자가 오간 뒤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 박 사장은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

최근 대우건설 노조는 감사원에 대주주인 산은에 대한 감사 청구를 제기했다. 퇴진 요구 피켓 시위를 넘어 본인의 거취 문제에 관해 공권력의 개입 가능성까지 현실화되자 박 사장은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난해 선임 당시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대우건설은 박 사장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 'CEO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건설은 전통적으로 자사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순혈주의가 강한데다 박 사장은 대우건설의 주력분야인 플랜트 등 해외사업의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박 사장은 지난 1979년 현대산업개발에 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1년 ~ 2014년까지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주택협회장을 역임하면서 주택업계에 인맥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지만 대우건설의 전공분야인 해외사업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적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사장 공모때 OB(Old Boy·대우건설 전직 임원)는 발탁 가능성이 있어도 다른 업체 인사가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이었다"며 "(박 사장의 퇴진은) 사필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 일주일 전에는 '맞수' 김한기 사장이 사표를 내고 고문으로 물러났다.

그는 대림산업 CEO와 주택협회장을 맡은 지 1년 6개월도 안돼 퇴진 사유가 없었는데 전격 사퇴한 것이어서 갖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대림산업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으며 (실적 등과 관련된)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일각에선 국내 주택사업부문의 하자민원 문제가 잇달아 불거지자 오너쪽에서 사퇴 시그널을 준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30여 년간 한 곳에 근무해온 김 사장의 퇴진은 오너 체제하에서 전문 경영인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김 고문은 한국주택협회장 직무는 한시적으로 유지한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은 건설맨 출신과 달리 그룹의 구조조정본부나 기획조정실, 미래전략실 등에서 투하된 CEO들의 입지는 굳건한 모습이어서 대조를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재무적 능력, 기획 감각은 물론 오너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정책을 실행하는 능력까지 터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을 이끄는 최치훈 사장은 사실상 그룹출신이다. 그는 글로벌 기업인 GE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고문으로 발탁됐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사업부장을 거쳐 삼성SDI와 삼성카드 사장 등 삼성의 다양한 계열사 수장을 역임했다.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직까지 맡고 있는데 최 사장이 이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연결기준 올 2분기 영업이익(2550억원)이 지난해보다 44% 급증했다.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비슷한 케이스다. 지난 2월부터 롯데건설을 맡고 있는 하 사장은 지난 1983년 롯데칠성에 입사한뒤 롯데그룹 기획조정실을 거쳐 2001년부터 롯데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지난 2014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김치현 전 대표이사와 함께 롯데월드타워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재무통으로 그룹 숙원사업을 해결하고 롯데건설의 실적 개선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993억원으로 1년전보다 200% 이상 뛰었다.

한편 대형 건설사 등기임원 중 상반기 고액 연봉 수령자는 예상대로 오너 일가가 대부분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10대 건설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오너 3세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급여 5억원, 상여 10억원 등 총 15억원을 받았다. 전년 상반기 보수(8억8700만원) 대비 70% 증가한 수치다. 회사 측은 이 부회장이 작년 건설과 유화사업부 경영목표를 달성한 것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억7400만원으로 건설업계 연봉 2위 자리에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 보수 11억원에서 10%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작년 GS건설로부터 급여 13억1000만원을 받아 10대 건설사 등기임원 연봉킹에 올랐던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올 상반기에는 10억8400만원을 수령해 3위로 처졌다.

삼성물산은 최치훈 사장에게 전년과 동일한 7억원을, SK건설은 조기행 부회장에게 6억6800만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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