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휩쓸렸다 구조된 생존 해병병장
“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입원 중"

임성근 사단장 찾아오지도 않아
과실치상·직권남용으로 고발

[편집자주] 제대한지 35년이 넘었지만 훈련소 때부터 다져온 그들만의 끈끈한 전우애를 알고 있기에 사고 당시 사랑하는 전우를 눈앞에서 떠나보낸 생존 해병의 고통은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국군장병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며, 아울러 후배 해병대원의 안타까운 순직에 다시 한 번 머리숙여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철저한 수사로 진실 규명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해병대 실종자 수색 사고 생존자 가족의 임성근 해병1사단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지난 7월 경북 예천군에서 발생한 해병대 실종자 수색 사고 당시 故 해병상병 채 모씨와 함께 급류에 휩쓸렸던 해병병장 A씨의 어머니가 눈물을 보이고 있다. 2023.09.13.

[위클리오늘=최희호·정호연 기자] 지난달 경북 예천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해병상병 채 모씨 사건이 군 수뇌부를 흔들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 부당 개입’ 의혹 등으로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임성근 해병1사단장도 채 상병과 급류에 휩쓸렸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해병병장 A씨 가족에게 과실치상·직권남용으로 고발됐다.

A씨의 어머니는 13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 가졌다. 회견 내내 울음을 삼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아들(A씨)은 처음 통화에서 '엄마 내가 채 상병을 못 잡았다'고 울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순직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채 상병과 함께 50~80m가량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구조돼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입원 중인 A씨가 스스로를 책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어머니는 사고 직후 아들이 걱정돼 면회라도 하려 했지만 해병대가 이를 막았다고 말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A씨 어머니는 사고 17일 후에야 휴가 나온 아들을 처음 만났지만 A씨가 몹시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늘 잠꾸러기였던 제 아들은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못 잤다"며 "땀을 뻘뻘 흘리며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돌아오지 못하는 채 상병과 그 복구작전인지 몰살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됐던 그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이다. 제 아들들 모두 정상으로 돌려놓으라"며 울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해병1사단 임성근 사단장은 생존 장병들을 한 번도 찾아오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한다. 또 생존 장병을 위한 트라우마 치료는 집단으로 이뤄진 교육이 전부였다고 한다.

A 병장 어머니는 "제 아들들한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다"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지금의 상황에는 실망감을 넘어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 보문교에서 해병대원 1명이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호명면 고평교에서 구조당국이 사라진 해병대원을 찾고 있다. 2023.07.19.
7월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 보문교에서 해병대원 1명이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호명면 고평교에서 구조당국이 사라진 해병대원을 찾고 있다. 2023.07.19.

이어 "당신은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느냐, 아니면 (대원들은) 그저 당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느냐"고 분노했다.

아들의 고통을 보다 못한 A씨 어머니는 이날 오후 업무상과실치상·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임 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그는 "저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제 심장이 뜯겨나가는 분노를 표하며 해병1사단 임성근 사단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생존 장병 가족이 임 사단장을 고발한 것은 처음이다.

고발대리인 강석민 변호사는 "A 병장은 입수명령에 따라 물에 들어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왔다"며 "입수 명령을 내린 임 사단장이 과실이 있고, 임무 수행으로 A 병장의 건강권이 침해돼 직권남용죄도 성립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 해병상병 채 모씨의 안장식이 7월22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2023.07.22.
고 해병상병 채 모씨의 안장식이 7월22일 대전 유성구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2023.07.22.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경북경찰청에 대대장 2명(중령)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건을 재이첩했다. 해병대 수사에서 혐의자에 포함된 임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중사급 간부는 혐의를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넘겼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계기로 '진실 규명'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군이 전우의 죽음을 은폐하는 소굴로 남을지, 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대한민국 국군이 강군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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