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문 매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번복하고 미 웨스턴 디지털(WD)와의 매각 협상을 진행했던 도시바가 다시 한·미·일 연합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WD와의 매각 협상도 계속 진행하는 만큼 최종 협상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시바 이사회는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 중심으로 구축된 한·미·일 연합과 매각 협상 양해각서를 작성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6월 구두로만 매각을 약속한 것에서 이번에는 문서로 한·미·일 연합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명시했다.

다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의 법적 구속력 등은 없어 번복은 가능하다.

일본 재계는 당초 유력한 매각 대상이었던 WD와 도시바 간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으며, 한·미·일 연합이 매력적인 추가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도시바가 저울질을 시작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 스티브 밀리건 WD최고경영자와 스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이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을 두고 최고 회담을 가졌었다.

양사 모두 협상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긍정적인 태도였기 때문에 8월 중에도 실질적인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후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 매각을 조건으로  IT 연구개발비와 설비금액을 지원하겠다고 제시하며 판세는 다시 뒤집어 졌다.

한·미·일 연합에는 재무적 투자자인 미국의 베인 캐피탈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됐다.

미국계 사모펀드(PEF) KKR,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은 도시바에 대한 채권자로 한·미·일 연합과 WD진영 모두에 속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번 매각 협상에서는 한걸음 물러서 있는 관전자다. 어느 쪽에 매각되든지 간에 상장폐지는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 반도체 메모리 사업 인수에 가장 목말라 있는 곳은 전략적 투자자인 SK하이닉스와 반도체 메모리 사업에 욕심이 있는 WD다.

조건만 두고 보자면 2조엔(한화 약 25조원)의 매수 금액과 함께 각종 지원을 제시한 한·미·일 측이 압도적으로 우위다.

하지만 WD는 소송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다. 지난해 도시바 최대의 우방 기업인 ‘샌디스크’를 인수한 WD는 과거 샌디스크가 가진 '매각 동의권(거부권)' 승계 받았다고 주장하며 미국 법원과 국제성업회의소(ICC) 등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메모리 사업부문을 매각하지 않으면 상장폐지라는 위기에 처하기 때문에 WD가 소송을 인질로 매각을 요구하는 것을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편 이날 도시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WD는 “매우 유감”이라며 반론을 표했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도시바와 WD의 소송전이 다시 불 붙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WD는 "우리의 동의없이 한국 SK 하이닉스와 미국 베인 캐피탈이 이끄는 일 한미 연합과 거래를 계속하고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는 유연하고 건설적인 자세로 수많은 제안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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