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내부선 '환영'…구조조정 등 후폭풍 예상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전격 포기했다.

'대규모 해외 부실' 돌발변수가 표면적 중단 사유지만 보수적인 경영 기조, 대우건설 임직원ㆍ정치권의 반발 등 복합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대우건설이 "의도적으로 해외 부실을 공개했다"는 기획설, 음모론도 제기되는 등 매각 해법이 복잡하게 꼬여가는 모습이다.

◆ 호반건설, 대우건설 '모로코 부실' 몰랐나? 

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으며 이날 오전 산업은행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이다.

대우건설 최대주주로 매각작업을 진행해왔던 산은은 이날 오후 "호반건설로부터 대우건설 주식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포기의사를 전달받았다"며 "M&A(인수합병) 절차를 공식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은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지 않아 매각 결렬에 걸림돌은 없다.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 결정에는 전날 대우건설의 연간 실적발표에서 4분기 대규모 해외 손실이 드러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은 전날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3000여억원의 손실 탓에 지난해 4분기 14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 이로인해 3분기까지 6000억원대 흑자였던 영업이익이 연간 기준 4000억원대로 줄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연초 모로코 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자재에 손상이 발생해 다시 제작에 들어가면서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했는데 작년 4분기에 잠재 손실을 선반영했다"고 설명했다.

3000억원은 호반건설 한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규모다.

모로코 뿐 아니라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 대우건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잠재 부실 규모도 노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작년 3분기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단독 응찰했으며 이번 달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호반건설은 건설업계의 현금 부자로 꼽히지만 회사 곳간을 털면서까지 경영 리스크가 있는 대형 매물을 인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호반건설은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기업이다. 1996년에 설립된 여신전문업체 현대파이낸스(주)가 모태다.

본업이 금융인 김상열 창업주 겸 회장은 건설업 특유의 공격적 사업 확장보다는 안정된 자금운용으로 내실경영을 펼쳐온 인물로 파악된다.

대우건설 노조의 거부반응과 정치권의 특혜 시비도 호반건설로서는 부담 요인이었다.

대우건설 노조는 과거 금호건설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난을 겪은 점을 들어 체급이 낮은 업체에 팔리는 것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호남 기업 밀어주기용 밀실 매각"이라고 압박했다.

결국 철저히 수익성을 따지고, 싸면 사고 아니면 말고 식의 경영 스타일인 호반건설이 여론 추이 등 흐름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대형 부실 돌발 악재가 터지자 손을 턴 것이라는 분석이다.

◆ 대우건설 노조가 막은 M&A? 

대우건설이 올해 초 인지한 해외 부실을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한 시점을 놓고 일각에서는 기획설, 음모론도 제기된다.

대우건설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호반건설로의 매각을 탐탁치 않게 생각해 매각 후인 올해 1분기에 반영해도 될 손실을 의도적으로 작년 실적에 선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에 인수된 후 대우건설은 오너 간섭이 없는 사실상 공기업이 됐다"며 "대우건설 측에서 호반으로 가느니 산은에 남는게 낫다고 판단해 재뿌리는 식으로 부실을 폭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대우건설은 "2016년부터 수주산업 회계규정이 바뀌면서 부실을 해당 회기연도에 곧바로 반영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한 상태다.

호반건설이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장기 중단이 불가피하다. 대우건설 인수전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본입찰에 호반건설 단독으로 참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규제에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업체가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대우건설 매각은 어렵다. 앞으로 몇번 더 공회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대우건설 인수 포기로 호반건설의 M&A 참여 진정성은 또 다시 의심받게 됐다.

호반건설은 과거 기업 인수합병에 자주 참여했지만 실제 성사된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7월 SK증권과 9월 한국종합기술 인수전에서 호반건설은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막판에 발을 빼거나 소극적인 베팅으로 무산됐다. 2015년에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한 본입찰에 단독참여했지만 낮은 가격을 써내 불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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