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효성 조현준 회장(사진·50)이 자금난에 빠진 자신의 개인회사를 살리기 위해 우회적으로 수백억원대 지원에 나섰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문재인 정부들어 재벌이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것은 하이트진로에 이어 두 번째다. 조현준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횡령 및 배임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지배주주인 조 회장과 인척인 송형진 효성투자개발 대표이사, 임석주 효성 상무, 각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는 아울러 효성에 17억1900만원, 갤럭시아에 12억27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조현준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가 경영난·자금난으로 퇴출위기에 처하자 그룹 차원에서 지원방안을 기획한 뒤 효성투자개발을 교사해 자금 조달을 지원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효성투자개발은 효성의 교사에 따라 갤럭시아일렉트로닉가 발행하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페이퍼컴퍼니(금융회사 설립)와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해 사실상 무상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전환사채 발행규모는 갤럭시아 자본금의 7.4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계기업인 갤럭시아는 퇴출을 모면했고 저리의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금리차익 혜택도 얻었으며 나아가 중소기업 시장인 LED조명 분야에서 사업기반까지 강화했다.

이번 조치는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는 총수 2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고 공정거래질서를 훼손한 사례를 적발하여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공정위 측은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현준 회장은 갤럭시아가 2012년 이후 계속된 영업난·자금난으로 2014년말 퇴출 직전의 위기에 처하자 2014년 11월 효성 재무본부로 하여금 효성투자개발을 지원주체로 결정한 뒤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거래구조를 기획·설계했다.

조 회장의 갤럭시아의 지분은 62.78%(간접지분 포함 77.22%)다. 동일인 및 효성그룹 관련자 의 갤럭시아 지분은 100%에 달한다.

효성투자개발은 2014년 12월 효성이 설계한 대로 갤럭시아가 발행하는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4개 금융회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와 2년(2014.12.29.~2016.12.30.)간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했다.

효성 재무본부는 TRS 거래의 만기가 다가오자계약기간 연장을 적극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2016년 12월 조석래 회장이 CB 전액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TRS 거래가 종결됐다.

공정위는 효성투자개발이 효성의 교사에 따라 부실회사인 갤럭시아가 거액의 CB를 발행할 수 있도록 신용상·거래상 위험 일체를 인해 사실상 지급 보증을 제공하는 것과 동일한 TRS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효성투자개발의 TRS 거래에 힘입어 갤럭시아는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저리로 CB를 발행해 거액의 자금(자본금의 7.4배)을 자본처럼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전환사채는 30년 만기 후순위 무보증 조건으로 인수자의 중도상환 요구권조차 없고, 금리가 연 5.8%에 불과해 갤럭시아에게는 큰 특혜였다.

총수익스왑은 효성투자개발과 특수목적회사가 정산일(2016년 말)에 이익과 손실을 상호정산해주는 내용이다. 정산시점에 청산가격(원금 250억원)에 비해 손실이 나면 효성투자개발이 특수목적회사에 차액을 지급하고, 반대로 이익이 나면 특수목적회사가 효성투자개발에 차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효성투자개발은 손실정산 의무 때문에 3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이 담보가치를 훼손하는 경영활동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족쇄가 채워졌다.

효성투자개발 입장에서는 손실만 예상되는 이 거래를 할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이 사건과 유사한 시기에 대기업집단 소속회사가 비계열사가 발행한 유가증권의 위험인수를 위해 TRS 거래를 한 사례는 전혀 없었다.

공정위는 조현준 부회장이 효성그룹 승계 과정의 3세 경영자로서, GE의 경영 실패에 따른 평판이 훼손되는 사태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갤럭시아가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사업 기반도 강화돼 LED조명 시장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훼손했다고도 밝혔다.

효성 측은 이에 대해 "갤럭시아는 경쟁력을 인정받은 LED선도기업으로 턴어라운드 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TRS는 갤럭시아의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정상 투자한 것"이라며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투자로 대주주 사익 편취가 아니며 향후 조사과정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 1월에도 불필요한 법인을 통해 이른바 통행세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혐의로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또 이와 별개로 부친인 조석래 전 회장(83)과 함께 분식회계 및 조세포털 혐의로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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