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결산과 전망/③재개발·재건축

 ▲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이경아 기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덮치기 전까지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돈이 된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은 앞다퉈 재개발 수주에 열을 올렸고, 낡은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들은 고수익을 챙겼다. 재개발·재건축은 단층 주택이나 5층짜리 저층아파트를 고밀도로 개발하면서 거주민들이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새 아파트를 얻는 방식이라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아파트가 더 이상 돈이 안 되는 상품으로 전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철저히 재개발이나 재건축 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조합설립비용 서울시 보존계획
뉴타운 대신 주민주도 마을 추진

재개발·재건축이 지지 부진해지면서 지구단위에서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대폭 늘었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추진위원회나 조합 설립을 하면서 쓴 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최대 문제로 떠올랐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이 같은 매몰 비용을 최대 70%까지 보전해 준다고 발표하면서 주민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비용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재개발시장의 핵심 쟁점은 올해와 같이 매몰비용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3.3㎡당 재개발 지분가격은 서울이 2458만원, 경기도가 1508만원, 인천이 1162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구역별로는 하락이 더 컸다. 마포구 합정·성수전략정비구역과 강동구 천호뉴타운, 종로구 돈의문뉴타운,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등은 올 한 해 동안 지분가격이 5~10% 떨어져 시장 침체의 여파를 크게 받았다. 

 특히 하락한 지분가격 수준에서도 거래량이 적어 가격이 하향 안정화로 굳어지는 모습이었다. 반등을 제약하는 요인은 과거보다 떨어지는 사업 수익성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대한 정책 불확실성 등이 꼽혔다. 

 재개발 시장이 위축되면서 서울의 주택(다세대·연립·단독·다가구) 거래량이 급감했다. 서울의 다세대·연립·단독·다가구주택은 2011년까지 월 4000건 정도 거래됐지만 올해 1월에는 1553건으로 2010년 이후 3년간 최저치를 기록했고, 3월 이후부터는 3000건 수준으로 다시 회복됐다. 

 올해의 주요 이슈로는 서울시의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이 꼽혔다. 서울시는 1월 말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지지부진하던 재개발 정비사업 시장에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동시에 자극했다. 사업 추진 단계에 따른 2∼3년의 일몰제가 도입되면서 지연되는 정비구역이 자동으로 취소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서울시는 성북구 안암동과 관악구 봉천동, 중랑구 면목동 재개발 정비예정구역 3곳을 해제했다. 경기도는 의정부 가능뉴타운과 시흥시 은행뉴타운을 실제 해제했다. 

 또한, 대규모 재개발의 지양하고 새로운 정비사업을 속속 도입한 것도 이슈였다. 서울시는 저층주거지 보존구역과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통해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층주거지 보존구역으로는 노원구의 백사마을을,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으로는 금천구 시흥과 동작구 흑석지구를 각각 선정했다. 

 정부는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 중 하나로 노후·불량 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 정비사업을 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사업은 과거 뉴타운처럼 대규모 면적이 아닌 1만㎡이하의 면적에서 시행하며 공급되는 주택은 7층 이하로 건설된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에 사업지별 양극화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사업 초기 대상을 중심으로 실제 구역해제가 추진되는 상황이므로 사업인가, 관리처분, 이주·철거 등 안정적으로 사업 마무리가 기대되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좁혀야 한다. 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사업성이 담보된 재개발 지분에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등 이주·철거 등 마무리 사업단계에 들어간 재개발 대상들을 중심으로 매입시기를 저울질하는 분위기이다.

 내년에는 과반수 주민이 동의하면 구역해제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서울시 간에 구역해제에 따른 매몰비용이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추진위 이후 단계에 진입한 조합설립을 취소할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안 나와 내년 재개발 시장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해제구역 추진위 매몰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실제 매몰비용 지원비율은 5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손해가 불가피한 조합원들의 반발에 따른 실효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은 재개발 구조조정의 마무리 수준과 함께 재개발 매몰비용의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가 시장분위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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