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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은천동 탈북자 모자, 아사 추정…“대한민국, 아동학대 방임국가”
   
▲ 숨진 한 씨 통장엔 5월 중순 잔액 3858원 인출을 마지막으로 잔고는 '0원', 집엔 빈 간장 통과 고춧가루뿐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도요금 미납에 따른 단수 조치로 마실 물조차 없었고 쌀 한 톨 없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 모자는 대한민국 행정기관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뿔난 네티즌 “아이가 죽을 정도로 굶주리는 것은 ‘아동학대’”
관악구 "안타깝게 생각, 보안 대책을 강구하겠다"
복지부 "탈북자는 통일부 소관, 보안 대책은 아직"
통일부 "해당 사망자는 지원 기간이 끝난 상태"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지난달 31일 관악구 은천동 한 아파트에서 탈북 여성 한 모(42세)씨와 아들(6세)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 등에 따르면 한 씨 모자의 시신 부패 상태로 미뤄 약 2개월 전에 사망했다.

타살 혐의점과 자살 흔적이 없고 통장잔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 씨 모자가 굶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한 씨 모자가 살던 아파트는 보증금 547만 원에 월세 9만 원의 13평 임대아파트였지만 수개월째 월세조차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 아들에게 병이 있었지만 이 때문에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한 씨는 일을 하러 나갈 처지가 못 된데다 아들이 5세를 넘어 아동수당마저 끊기고 매달 정기 수입은 양육수당 10만 원이 전부였다.

통장엔 5월 중순 잔액 3858원 인출을 마지막으로 잔고는 '0원', 집엔 빈 간장 통과 고춧가루뿐이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수도요금 미납에 따른 단수 조치로 마실 물조차 없었고 쌀 한 톨 없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 모자는 대한민국 행정기관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아를 어린이집에 반드시 보내야 하는 규정은 없지만 숨진 아이가 6살이라 어린이집 등에 다녀야 할 나인데도 관할 주민센터는 이들 모자 가정의 실태 파악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본지>의 취재 결과 한 씨 모자가 살던 관악구 은천동 주민센터는 실제로 이들에게 양육비를 지원하면서도 이들이 굶주리고 죽어가는 동안 미온적인 대처로 사건을 예방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관악구 은천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난 4월 중순께 복지 담당자가 이들 모자 가정을 한차례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했다”며 “추후 재방문하겠다는 쪽지만 현관문에 부착하고 돌아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할 주민센터는 더 이상 추가 방문과 실태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와 해당 지자체가 양육비를 지원받는 가정의 아동에 대한 소극적 행정이 이들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아동담당 관계자에게 보안 대책 등을 질의했으나 대부분 입장을 유보하거나 ‘탈북자’는 통일부 소관이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대형 포털을 비롯한 여러 SNS 상에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못하고 죽을 정도로 굶고 있었던 것은 분명 ‘아동학대’”라며 “아이가 굶어죽는 동안 대한민국 복지부가 이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은 큰 충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숨진 아이는 한국서 태어난 아이인데 한 씨의 과거 탈북 경력이 무슨 문제냐”며 “어떤 형태로든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에 복지부가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은 ‘아동학대’ 방임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생계가 어려운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 지원금을 신청해 받을 수 있었는데도 한 씨는 이 제도를 몰랐던 것으로 추정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일부의 미온적인 탈북민 정착지원 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쯤 통일부 신변보호담당관이 (한 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탈북민을 지원하는 하나센터에서도 이들의 실태를 파악하지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통일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탈북민 모자가 돌아가신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 일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탈북민은 통상적으로 하나원을 졸업하면 취업지원 4년과 거주지 정착·신변보호지원 각 5년을 받는다. 한 씨는 10년 전 입국해 이 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최희호 기자  ch3@on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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