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송영길,안희정 트로이카 체제 예상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참석한 유족들과 친노계 주요 인사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나권일 기자] “대통령님을 존경하고 따르던 많은 사람들의 처지와 상황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 당신을 따르던 사람들은 아직도 하나 되지 못하고 각자의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음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지난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를 맞아 참여정부 주요인사와 민주당내 친노(親盧)계가 대거 집결한 가운데 열린 추도식에서 참여정부 국정원장을 지낸 고영구 변호사가 낭독한 추도사의 일부다. 민주당내 비주류의 신세로 전락한 친노계의 처지와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친노 진영은 지난 총·대선 패배 이후 당 안팎에서 책임 공세에 시달려 왔다. 5·4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노 직계 인사들은 출마 의사조차 접어야 했고, 그나마 범주류 후보들조차 조기 탈락했다.
 
친노계와 ‘노빠’는 현재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조차 외면 받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19일 노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 때 일부 친노 지지자들한테 멱살까지 잡혔다. 계파간 구원(舊怨)을 떠나 당내 화합보다는 적의(敵意)를 드러내는 이같은 행동에 여론이 악화된 것은 물론이다. 문재인 의원이 서둘러 김 대표에게 위로 전화를 했지만 친노계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금 노빠는 바보 취급이 아니라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한탄할 정도다. ‘친노 공격수’인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YTN 라디오에서 “노 전 대통령을 상품화하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친노”라고 직격탄을 날려도 별다른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있다.
 
당내 친노계파 해체하고 각자도생 전망
정치권에서는 민주당내 친노계가 해체 수순을 밟아갈 것으로 본다. 자연스럽게 분화되고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정치세력으로서의 친노는 이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김현 의원도 “계파로서 친노는 더 이상 없다. 친노라는 이름의 모임도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친노 세력은 없어져도 ‘노무현’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므로 계파를 들먹이지 말고 각자도생(各者圖生)하라는 게 이들의 메시지다.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 등 원로급들이 2선 후퇴하는 대신 국민적 인기가 높은 문재인 의원과 차세대 주자인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를 간판으로 내세워 차기를 도모하자는 흐름도 감지된다. 실제 일부 민주당 의원들 중에는 요즘들이 부쩍 친문(親文, 친문재인)을 거론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문 의원도 조심스럽게 정치 행보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문 의원은 최근 “우리의 꿈과 목표를 내려놓을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내가 받았던 국민의 사랑과 지지가 다음 대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017년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송영길 시장과 안희정 지사도 내년 6월 선거에서 재선하면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자치단체장의 서울행이 잦아지고 언론 노출의 빈도가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친노 세력의 운명은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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