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초 2년 연속 득점왕 ‘데얀’

 
올시즌 팀득점 혼자 40% 이상…우승 1등 공신
우승상금 5억·ACL 티켓 거머쥐며 MVP 등극

K리그에서 한 선수가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윤상철(당시 럭키금성)이 1990년과 1994년, 김도훈(당시 성남 일화)이 2000년과 2003년 각각 두 차례 득점왕 올랐지만 2년 연속으로 득점왕에 오른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한 선수가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르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전년도 득점왕을 상대로 한 상대 수비의 경계가 그 만큼 극심하기 때문이다.

소속팀 서울의 고공비행을 이끌며 우승을 안기는 데 1등 공신인 데얀은 올 시즌에 혼자서 팀 득점의 40% 이상을 책임져 왔다. 서울이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41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달 21일 정규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데에는 데얀의 공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은 2년 만에 다시 정상을 밟으며 우승상금 5억 원과 내년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거머쥐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부산 대우 로얄즈, 수원 삼성, 성남 일화에서 뛰며 ‘우승 청부사’로 불리웠던 ‘유고용병’ 샤샤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얀은 올 시즌 프로축구 MVP가 유력하다. 한 시즌 최다골 기록(2003년 김도훈의 28골)을 가뿐하게 깨뜨리며 K리그에 큰 획을 그은 데얀은 K리그에 온지 벌써 6년이 됐다. K리그에서 골에 관한 기록을 하나씩 하나씩 모두 갈아치우고 있는 데얀은 K리그 통산 득점 부문에서도 이동국(315경기 149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2∼3년 더 뛰면 ‘토종 골잡이’ 이동국(33)의 기록마저 갈아치울 기세다.  1m87, 81kg의 데얀은 스피드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몸싸움이 능한 데다 오른발 왼발을 고루 잘 쓰고 헤딩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온 몸이 득점무기인 셈이다. 슈팅 가능 지역을 선점하는 데 능하며 수비수와 골키퍼가 예측하기 전에 슛을 할 줄 아는 천부적인 골잡이로서 손색이 없다. 팀 동료에게 패스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골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더 강한 선수다. 더욱이 수비수들의 밀착마크 속에 경기를 펼치면서도 데얀에게는 이렇다 할 부상과 슬럼프가 없었다는 점은 가히 놀랍다.

마무리 능력이 뛰어난 데얀은 2007년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2008년 우승컵을 들기 위해 보다 큰 클럽인 서울로 이적했다. 2006년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의 알 아흘리에서 임대로 뛰면서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지만 K리그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K리그의 외국인 전설이었던 유고 출신의 샤샤를 알고 있었고, 제2의 샤샤가 되기 위해 한국에 발을 디뎠다. 물론 그는 “이렇게 오래 6년씩이나 한국에 있을 줄 몰랐다. 샤샤의 기록은 엄두도 못 냈다”고 했다. 데얀은 K리그에서 종횡무진한 활약을 펼친 데 힘입어 발칸반도의 소국인 몬테네그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코리안 드림’을 일구고 있다. 그의 축구인생도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서울이 제2의 고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데얀은 이젠 웬만한 한국음식은 다 잘 먹고, 집에서도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즐겨먹는다고 소개한다. 딸 바보로 불리는 그는 “가족들도 서울의 삶에 만족해 한다”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말은 아직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는 “작년에 24골을 넣어 득점왕상을 받았는데 올 시즌은 더 많은 골을 넣으며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다. 점점 더 완벽한 한 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말했다. 데얀은 늘 가슴속에 담아왔던 목표가 있었다. 바로 K리그와 서울에서 역사를 써내려가는 전설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욕심이다. 한 시즌 최다골, 외국인 선수 단일 시즌 및 통산 최다골(121골) 등을 모두 경신했다. 두 번째 우승 반지까지 끼었다. 어떤 의미에선 이미 이룰 것은 모두 이룬 셈이다.

그로 인해 일각에서는 데얀이 조만간 중국 혹은 중동 클럽으로부터 거액이 동반된 러브콜을 받으면 떠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데얀은 올 시즌 초 중국의 한 클럽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고, 이 때문에 서울의 최용수 감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심지어 개막전 당시엔 항명 파동까지 벌이기도 했다. 데얀은 “서울이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팀의 우승을 위해 K리그에서 뛰고 싶다”며 강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내년 시즌에도 K리그를 밟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철저한 프로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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