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하얗게 바랬다고 무조건 백반증이라 생각하면 안돼'
"전문의와 상의해 합리적인 치료법 채택하고 꾸준히 내원 해야"

더한스피부과 한지오 원장
더한스피부과 한지오 원장

[위클리오늘] 거울을 보다 기존 피부색보다 연하게 바랜 부분을 발견할 때가 있다. 대부분 '백반증이 생겼다'라고 생각한다. 피부 일부가 하얗게 바래면 무조건 백반증일까.

사실은 꼭 그렇지는 않다. 외관은 백반증 증상처럼 보이지만 다른 질환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백색잔비늘증, 어루러기부터 시작해서 진행하는 저색소반, 특발 물방울모양 멜라닌 저하증, 탈색 모반, 빈혈 모반 등이 있다.

그러고 보면 피부가 하얗게 되는 증상 중에는 백반증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심지어는 단순히 피부를 상처를 입거나 벌레에 물리는 경우, 피부염이 생긴 뒤나 염색약, 향수, 세제 같은 외부 물질이 피부에 닿았을 때, 혹은 피부과에서 레이저나 필러 등 관련 시술을 받은 뒤, 또 국소마취 후에도 백반증으로 오인할 수는 증상이 나타나고 한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로 자신의 상태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증상이 있는 부위를 옷이나 자외선차단제로 햇빛과 차단한 수 즉시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피부과학 교과서에 따르면 백반증은 '멜라닌세포 소실에 의해 백색 반들이 피부에 나타나는 후천 탈색소 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대표적인 질환'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백반증은 ​전체 인구의 약 0.5~2%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모든 연령층이 겪을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40세 이전에 발병하는 경우가 95%에 달한다. 그 가운데 가족력은 약 30%다.

백반증은 전염성이 없다. 다른 건강 이상과는 상관관계도 없다. 특히 피부암이나 백색증(albinism)과도 전혀 관련이 없다.

이런 백반증은 왜 생길까. 사실 아직 의학적으론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판단할 뿐이다. 또한 자가면역 질환이나 신경손상, 정신적 스트레스 혹은 피부 색소인 멜라닌 형성을 억제하는 물질에 노출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백반증은 피부색이 하얗게 변하는 탈색반 이외엔 별다른 증상은 없다. 발생 부위도 다양하다. 심지어 모발이나 구강 점막, 혹은 안구에서도 발견된다.

최근에는 이런 백반증을 크게 세가지로 분류한다. 우선 ‘국한형’이다. 국한형은 일정 부위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반점이 생기는 경우다. ‘분절형’도 있다. 몸의 일부나 한쪽 면에만 피부절을 따라 생기는 경우다. 분절형 (Segmental)의 경우 어린 나이에 자주 발생한다. 다만 1년 이내에 병터가 더는 변하지 않는다. 가족력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타입과는 상이한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신경계의 문제로 생길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마지막으로 ‘비분절형’이 있다. 말단 안면형, 반점이 산재된 보통형, 전신형이 해당된다. 비분절형 (non-segmental)은 면역계의 ‘오작동’, 즉 멜라닌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질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백반증은 사실 위중한 병이라기보단 ‘미용 혹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질환으로 봐야한다.

백반증 환자의 경우 병원에선 우선 NB-UVB 단파장 자외선을 이용한 광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흔히 '광선통'이라 불리는 기계에 들어가 치료하는 방법이다. 기계 속에는 특정 파장의 자외선이 나와 환자는 보통 주 2회 꾸준한 반복 치료로 호전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과학 교과서 Andrews Diseases of the skin : clinical dermatology에 따르면 이런 광선 치료를 15~25회 정도 받으면 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가시적인 효과는 대략 100~200회 이상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엑시머레이저’ 치료도 있다. 엑시머레이저는 '표적 광선치료'라고도 한다. NB-UVB와 비슷한 원리이지만 좀 더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환부가 넓지 않을 때 유리하다. 불필요한 부위에 쬐지는 광선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엑시머레이저로 치료한 후 피부 주변이 더 어두워지는 경우도 있다. 많은 환자가 고민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략 수개월이면 대부분 주변 피부색과 비슷하게 돌아오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국소도포제를 사용하는 치료법도 있다. 크게 스테로이드 연고와 면역 조절제 연고 두 가지다. 이는 백반증을 유발하는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색소세포를 활성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적절한 강도의 처방이 필요하다. 집에 있는 습진 연고 같은 것을 아무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피부과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연고를 처방받아야 한다.

면역 조절제 (Pimecrolimus, tacrolimus) 연고도 많이 쓴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다.

2019년 JAMA dermatology에 실린 국내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논문에 따르면 면역 조절제 연고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외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외과적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흡입물집술(Suction blister), 펀치이식편(Punch graft) 등이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는 오래된 백반증에 주로 사용한다.

개인적 소견으로 필자는 SST ‘표피이식술’을 선호한다. 이 방법은 통증이나 부작용이 심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결과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방법은 정상 피부를 아주 작게 여러 개로 떼어내 백반증 부위에 심어주는 것이다. 이런 외과적 수술 후엔 꾸준한 엑시머레이저 등 통한 유지치료가 필요하다.

모든 치료는 대부분 장기간 반복이 필요하다. 부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백반증은 ‘꼭 치료하겠다’는 환자의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글 더한스피부과 한지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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