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호 "아버님 사무치게 그립다"...문재인 대통령 "반드시 성공해 다시 찾아 뵙겠다"

▲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노건호씨는 머리를 삭발해 눈길을 끌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소연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44)가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은 막걸리 한잔하자고 했을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노건호씨는 이날 추모식에 삭발을 하고 나타나 관심을 시선을 끌었다.

노건호씨는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모식에서 유족들을 대표한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을 사무치게 뵙고 싶다. 이번 추도식은 감회가 남다르다. 저와 가족도 감격과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건호씨는 이어 "아버님이 역사의 도구로서 하늘이 정해주신 길을 걸어가신 것인지 아니면 시대를 가로질러 결국은 역사의 흐름에 새로운 물꼬 튼 것인지 여전히 잘 알지 못하겠다"며 "다만 아버님이 꿈꾸신 대로 앞으로 한국에 새 물결이 흘러 밝은 새 시대와 힘찬 물줄기가 계속되길 기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노건호씨는 또 삭발로 나타나 관심을 받았다. 노씨는 자신의 삭발에 대해 해 "정치적인 의사 표시도 아니고 사회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최근 좀 심하게 탈모 현상이 일어났는데 탈모반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군데여서 방법이 없었다, 본의 아니게 속살을 보여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건호씨가 추모사를 마치고 자리에 내려오자 노씨의 손을 가만히 잡기도 했다.

노건호씨는 현재 LG전자에 복귀해 중국법인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73년생인 노건호씨는 1992년 동국대 화학과에 입학한 뒤 군대 제대 후 연세대 법대로 편입해 공부했다. 2002년 7월 대학 졸업 후 LG전자에 공채로 입사한 뒤 2006년 9월 무급휴직을 신청, 미국 스탠퍼드대로 유학해 MBA(경영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노건호씨는 2008년 10월 LG전자로 복직해 LG전자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에서 일하다 2009년 4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를 받기 위해 귀국했다. 같은 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는 장례와 기념재단 설립 등을 책임지기도 했다. 2009년 10월 LG전자로 복직한 노 씨는 미국과 중국 법인에서 일하다 2013년 9월부터 휴직후 베이징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통해 "이제 노무현의 꿈이 다시 시작됐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다"며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특히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보자. 우리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어 "제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이라며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추도사를 마치면서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슬픔에 잠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가운데)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왼쪽은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 <사진제공=노무현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 권양숙 여사, 노건호씨, 노건평 씨 등과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 정세균 국회의장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사 전문. 

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렇게 변함없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해주셔서, 무어라고 감사 말씀 드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습니다.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많이 가실만큼 세월이 흘러도, 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이름을 부릅니다.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국민들의 과분한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닙니다. 그냥,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겠다는 노력, 정상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특별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정상을 위한 노력이 특별한 일이 될 만큼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심각하게 비정상이었다는 뜻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과 복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나라, 지역주의와 이념갈등, 차별의 비정상이 없는 나라가 그의 꿈이었습니다.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부터 초법적인 권력과 권위를 내려놓고, 서민들의 언어로 국민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습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의 좌절 이후 우리 사회, 특히 우리의 정치는 더욱 비정상을 향해 거꾸로 흘러갔고, 국민의 희망과 갈수록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부활했습니다. 우리가 함께 꾼 꿈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의 꿈을,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이제 가슴에 묻고, 다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봅시다. 우리가 안보도, 경제도, 국정 전반에서 훨씬 유능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줍시다. 

저의 꿈은 국민 모두의 정부, 모든 국민의 대통령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손을 놓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개혁도, 저 문재인의 신념이기 때문에, 또는 옳은 길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눈을 맞추면서,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겠습니다.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나가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립니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십시오. 

다시 한 번 참석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꿋꿋하게 견뎌주신 권양숙 여사님과 유족들께도 위로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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