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대료 해매다 5% 올리는 부영에 레드카드
김상조호 공정위, 이중근 회장 고발…대기업 첫 제재
3년간 부동산 3조원 '펑펑'…재무구조 악화 부메랑
깜깜이 2세 경영 승계 구도로 기업 리스크 커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부동산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창사 30여년만에 재계 서열 16위권으로 등극하는 성공신화를 써온 부영그룹이 문재인 정부들어 잇단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국세청이 창업주 이중근 회장을 세금탈루·역외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새 정부 개혁아이콘인 김상조 위원장이 이끄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칼끝을 겨눴다.

여기에 그룹의 돈줄인 임대주택 임대료의 인상에 정치권이 제동을 거는 등 삼각 외풍에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그룹 재무구조 악화, 오너 리스크 변수에다 오리무중 경영 승계 상수가 맞물리면서 기업의 리스크는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국회, 그룹 캐시카우 '임대주택 임대료' 압박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민간임대주택의 임대보증금 인상률을 현행 5%에서 2.5%로 낮추는 민간임대주택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공공주택 임대보증금 인상률 상한을 연 5%로 제한하고 있지만 인상 후 1년 이내에 다시 인상하지 못하도록 해 실질인상률은 연 2.5% 이내이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은 매년 임대보증금을 5%씩 인상할 수 있어 서민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민간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이번 개정안의 타깃은 부영으로 집약된다. 최근 전주발(發) 부영의 과다 임대료 인상이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전주시 하가지구에 있는 부영 임대아파트의 경우 임대보증금을 2015~2016년 2년 연속 5% 인상해 가구당 평균 임대보증금이 800만 원~1000만원 씩 뛰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임대주택 임대료 제한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초 국회에서 부영 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이 과다하다는 질의에 "임대료 제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찬성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현행 임대료 사후신고제를 임대료 결정 1개월 전에 사전신고하도록 하는 쪽으로 관련법을 손질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주택 사업은 부영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다. 임대주택은 분양사업과 달리 한 번에 목돈을 받지는 못하지만 매달 따박따박 임차료가 들어온다. 자금회전률이 낮아 대기업 건설사들은 기피하는 틈새시장이다.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아 토지를 매입하고 공공 임대아파트를 건설한 후 5~10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다시 토지를 매입한다. 안정적인 현금확보가 가능하고 부동산경기 침체시에도 미분양 우려가 적다.

◇김상조호 공정위, 이중근 회장 고발…대기업 첫 제재

정부, 정치권의 동반 압박에 부영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 후 첫 적폐 청산 케이스로 이중근 회장을 지목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돌발 악재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 회장이 9년 ~ 최장 14년 동안 자신의 처제나 조카 등 친족이 경영하는 7개 회사를 계열사 현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을 선별하기 위해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은 소속회사와 친족현황, 그리고 주주현황 등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대기업 계열사에서 제외되면 중소기업으로 혜택을 누리면서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도 악용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은 주식의 취득·소유는 명의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유관계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이 본업인 부영은 새시 등 마진율이 높은 자재를 친족 관련 회사가 납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친족이 경영하는 7개 회사를 그룹 계열사 현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게 검찰 고발의 요지다. 친족기업에 일감을 줄 때는 단가를 낮추지 않는다. 공정경쟁을 하지 않고 남은 마진이나 이익을 실제 친족이나 일가들이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앞서 2015년 12월 부영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한 국세청은 이 회장의 탈세정황을 포착하고 이듬해 검찰에 고발했다. 이 회장의 탈세혐의가 계열사 주주 현황을 허위로 신고한 것부터 시작됐다는 게 사정당국의 판단이다.

부영은 올해 재계 서열(공기업 제외 자산총액 기준) 16위에 올랐지만 총 34곳(해외포함)에 이르는 계열사 모두 비상장사다.

재계 순위 20위권 기업 중에 상장사가 포함되지 않은 곳은 부영밖에 없다. 비상장 기업은 상장사보다 경영과 재무 관련 등 기업공시 의무가 적고 회계 감사도 비교적 취약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의사 결정과 자금 운용을 할 수 있다. 때문에 오너가의 권력에 의해 기업이 좌지우지 될 공산이 크다.

◇투자 무리수로 재무구조 악화…경영권 승계이슈 불거질 듯

1983년 자본금 5000만원의 일개 회사(삼진엔지니어링)에서 시작한 부영은 올해 자산총액 21조7000억원의 재계 순위 16위의 그룹으로 몸집을 불렸다.

2015년 이후 부영은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CC,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등 알짜 부동산을 무차별적으로 매입했다. 최근 3년새 부동산 투자에 3조원 가까이 '펑펑' 내질렀다.

이런 과감한 베팅이 가능한 것은 막강한 현금동원력 덕분이다.

중소기업에 불과하던 부영은 김대중 정권때 고공 성장을 거듭했는데 당시 막대한 공공임대 건설지원자금을 지원받았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의 고향은 전남 순천이다. 이때 대출 금리는 예금 금리보다도 낮았고, 부채 기록도 남지 않아 수월하게 사업자금을 늘릴 수 있었다.

부영은 임대료뿐 아니라 분양전환을 통해 또다시 시세차익을 거둔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서 분양전환에 따른 현금유입량은 더 커졌다. 지난해 기준 부영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747억7734만원으로 2015년(2523억7831만원)과 대비해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부동산 성공 가도를 달려온 부영도 최근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해외 법인은 2015년 총 121억 원의 손실을 보는 등 지속적인 적자 행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부영주택은 지난해 특별세무조사에 따라 재작년 대비 120배에 달하는 1196억 원의 법인세를 추징당했다.

기업의 아킬레스건인 탈세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신규 사업추진에 대한 추진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검찰 조사가 부동산 매입에 동원된 자금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 회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사업 추진 및 자금 실행 여력이 미지수다.

공격적인 부동산 매집이 그룹의 재무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부영은 매집한 건물을 임대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임대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시설관리 전문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연면적 8만7646㎡ 부영태평빌딩(구 삼성생명 본사)은 지난 1분기 기준 5만6198㎡가 공실로 남았다. 전체 건물의 64% 이상이 공실이라는 의미로 부영을지로빌딩(구 삼성화재 본사)도 전체 연면적 5만5312㎡ 중 2만5553㎡가 공실이다.

기대만큼의 수익률은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대규모 부동산 매집은 부영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3년 동안 부영의 자본은 그대로인 반면 부채는 크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부영의 승계 구도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 그룹 내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중근 회장의 올해 나이 76세이고 3남 1녀가 모두 계열사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15개의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반면 자식들의 주식자산 승계율은 2.2%에 불과해 사실상 이 회장이 그룹 전권을 쥐고 있다.

70세가 넘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나이를 감안하면 향후 경영권 승계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이 승계작업을 진행하면 오너 2세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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