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은 주홍글씨… 과학기술계 화합·발전 계기 되길"

▲ 박기영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 뉴시스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과학기술계 및 정치권으로부터 동반 사퇴 압박을 받아온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임명 나흘 만에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고위 인사 중 첫 사례다.

박 본부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황우석 사건의 책임을 자신이 모두 지는 것은 가혹하다고 항변했다. 박 본부장의 낙마로 문재인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본격 가동은 늦춰지게 됐다.

과기본부의 상급부처인 과기정통부는 11일 저녁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박 본부장이 쓴 5페이지짜리 '사퇴의 글'을 보냈다.

박 본부장은 글에서 "어려운 상황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저를 본부장으로 지명해주시고 대변인 브리핑으로 또다시 신뢰를 보여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11년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저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고 말했다.

그는 황우석 사태에 관한 본인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사과의 뜻을 재차 밝혔으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이 제 임기(청와대 정보과학기술비서관 재직)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기 중 일어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고 삶의 가치조차 영원히 빼앗기는 사람은 정부 관료 중 아마도 저에게 씌워지는 굴레가 가장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가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부연했다.

박 본부장은 "어렵게 만들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학기술인의 열망을 실현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박 본부장은 이날 오후 6시께 정부과천청사에서 관용차를 타고 퇴근했다.

박 본부장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가 정식으로 임명한 주요 고위 인사 중 첫 케이스다. 공직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세번째다.

박 본부장은 과거 황우석 논문 조작사건에 연루된 인사로 과학기술본부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의 강력한 비판을 받아왔다.

과학기술계는 물론이고 새 정부 인사에 대체로 협조적이었던 정의당을 포함해 모든 야당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본부장의 사의 표명 직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자진 사퇴에 관해 청와대는 본인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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