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A중사 “대대장 등 단순 재해복구 작전 알고 현장 갔다” 주장
“잘못한 간부는 사단에 따로 있다…사고 발생하자 종적 감춰”

해병대 현역 중사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채수근 상병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제보 글을 남겼다. 해병대 SNS 캡처
해병대 현역 중사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채수근 상병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제보 글을 남겼다. 해병대 SNS 캡처

[위클리오늘=장우영 기자]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 없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해병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안타까운 참변을 당한 가운데 당시 현장 지휘관인 포병대대장은 물속 수색은 어렵다며 사단에 보고까지 했지만, 사단 지시에 의해 물속 수색작업을 밀어붙였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 채수근 해병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포병부대 대대장 이하 지휘관들은 단순 수해 재해 복구작전으로 지시받고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 출동, 현장에 간 뒤에야 상부로부터 실종자 수색을 지시받았다는 의혹이 현장 간부에 의해 제기된 것.

채 상병의 사망에는 상급 부대의 무리한 지시가 있었으며, 대대장-중대장 등 현장 지휘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지시를 내린 간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폭로성 내용이다.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채 상병의 동기를 안아주며 오열하고 있다. 채 상병은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2023.07.22.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서 엄수된 고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채 상병의 동기를 안아주며 오열하고 있다. 채 상병은 집중호우 피해지역인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2023.07.22.

해병대 현역 A중사라는 SMS고 밝힌 제보자는 “현장 지휘관인 포병부대 대대장, 중대장, 행정관이 보직해임돼 조사 중인데 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실종자 수색을 하는지도 몰랐다. 수해 재해복구 작전으로 전파받고 삽, 곡괭이, 사낭 (沙囊)만 챙겨갔다. 도착하고서야 실종자 수색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A중사는 “안전장비도 없었다. 물도 너무 무섭게 몰아쳐 현장에서는 절대 (물에) 못 들어간다고 했다. 아무런 훈련도 못받은 해병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오면 어쩌냐고 사단에 보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A중사는 “그런데도 (상부에서) 그냥 들어가라고 했다. 해병대 반팔티 무조건 입고 기자들 물어보면 답변하라고 체크리스트까지 줬다”며 “막상 일이 일어나니 지시한 사람은 현장에 없었다”고 상부의 잘못된 지시를 폭로했다.

이어 “현장 (포병)대대장은 (채 상병을) 지켜주지 못한 게 너무 서러워서 눈물을 흘리고 계시고, 고작 26∼28살 본부중대장 중위는 어찌할 줄을 모른 채 울고만 있었다”며 “현장 지휘관은 잘못이 없다. 진짜 잘못 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대 내부도 아닌 대민지원 현장에서는 간부들 휴대폰 보안어플 설치 안하면 징계를 한다고 하며, 기자들이 오면 답변을 하지 말라는 등 입막음을 시키고 있다. 해병대식 꼬리자르기로 사건이 끝나면 안된다”고 사건 은폐를 우려했다.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서문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서문

한편, 24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휴가를 당근으로 제시하면서까지 장병들을 물 속으로 내몰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수해 현장에서 채 상병이 소속된 부대가 실종자 발견 시 14박15일의 포상휴가를 내걸며 장병들에게 무리한 수색을 독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해병대 부대가 14박 15일 포상 휴가를 약속한 사실은 인정했다.

부대 관계자는 “시신을 수습한 장병에게 장기 포상 휴가를 준 건 맞다”면서도 “포상 휴가를 내걸고 수색을 독려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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