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 의원.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염지은 기자] 한국전력의 벤처기업 특허침해 논란이 2년째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조환익 한전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애매모한 답변만 내놓아 빈축을 샀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기선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해 국감에서 질의했던 한전의 중소벤처기업 인스타페이의 특허침해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것과 관련해 다시한번 한전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한전이 겉으로는 벤처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외치면서도, 막후에서는 신생 중소기업의 특허기술을 무단도용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지적한 것이다.

김기선의 의원은 이날 '양심을 팔아먹은 한전의 특허도용'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실관계를 정리해 증인으로 출석한 조환익 한전사장을 추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같은 사안을 제기해 벤처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5일 열린 한국전력 국정감사에서 스타업기업 인스타페이의 특허를 도용한 사안에 대해 질의했다.

당시 조환익 사장은 "특허 침해의 법적 타당성 유무를 떠나서 굉장히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체에 대해 굉장히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 케이스에 대해서 제가 좀더 들여다 보겠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공정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한전은 이후에도 인스타페이측에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으며, 사건 해결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한전의 인스타페이 특허 침해 논란은 지난해 2월 한전이 카카오와 제휴해 모바일 지로 납부 서비스인 '카카오청구서'를 출시하면서 불거졌다. 

문제의 요지는 한전이 인스타페이로부터 관련 사업제안을 받고도 제안자이자 특허권자인 인스타페이를 제치고 대기업인 카카오와 제휴에 동일한 서비스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인스타페이는 사업구현에 결정적인 장애를 맞은 것은 물론 카카오를 상대로 한 법정소송에 휘말려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 최대 로펌이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관련 소송을 수행중이다.

인스타페이는 '카카오청구서'의 전기료 납부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특허를 6년 전인 2010년 7월 특허등록했다.

배재광 인스타페이 대표는 "2013년 7월 한국전력을 방문해 전기요금 납부 방식에 본 서비스를 도입해 줄 것으로 제안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전은 당시 자체 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답변과 함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후 2015년 3월부터 카카오와 함께 동 서비스를 추진해 2016년 2월 출시했다.

2013년 제안 당시 한전이 자체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답변하자 인스타페이(당시 회사명 페스인북)측은 "관련 특허를 인스타페이가 보유하고 있으므로 유사한 서비스는 인스타페이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한전은 해당 서비스에 특허 존재 여부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의 대중성, 접근성, 편의성만을 고려해 특허침해 여부에 대해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카카오와 제휴해 본 서비스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3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상민 의원실 주최로 열린 핀테크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카카오측 핀테크 담당자는 카카오가 인스타페이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전이 먼저 요청해서 서비스하게 된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요청으로 해당서비스를 하는 것도 특허침해라고 볼 수 있는가"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한전의 특허 유출 의혹이 증폭됐다.

당시 현장에서 질의응답을 받았던 금융결제원 노모 팀장은 "2012년 금융결제원도 같은 서비스를 하려고 내부 논의한 적이 있으나, 특허법인에 문의한 결과 인스타페이의 특허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논의를 중단했다"고 발언했다. 

김기선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스타트업 기업의 사업 제안을 카카오에 빼돌려 카카오와 함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지적받은 한전은 조환익 사장이 본 사안을 공정히 처리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현재도 카카오와 인스타페이의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오히려 자체 앱을 개발해 더욱 노골적으로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후안무치하고 악질적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전은 올해 초인 1월12일 '스마트 한전'이라는 자체 모바일 앱을 출시해 전기요금 조회 및 납부서비스를 하고 있다.

스마트 앱 한전 어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고객번호 정보 입력 또는 QR코드를 스캔해 요금을 조회하고 납부하는 서비스는 인스타페이의 특허사항과 완전히 동일하다.

인스타페이는 2008년 QR코드 및 바코드 가반 모바일 결제 특허인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지로요금 결제방법 및 장치' 특허 (제 10-0973713호)를 출원, 등록절차를 마쳤다. 

전기요금등 지로요금 납부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 이용기관이 부과한 지로요금을 지로용지에 인쇄된 바코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고객번호 정보 등을 조회해 간편하게 납부하는 서비스 특허다.

지난 7월5일 카카오가 인스타페이의 특허가 무효라며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무효심판에서 인스타페이가 승소했다. 

김 의원은 "스타업기업이 대기업이 제기한 특허무효심판에서 이기는 것은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며 "대기업을 상대로 한 벤처 스타트업 기업의 특허 침해소송은 거의 전부 패소하고 특히 가처분 소송의 승소율은 더 낮은 현실을 감안할 때 재판의 최종 결정은 미지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인스타페이가 카카오를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소송에을 제기했으나 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기각 결정(2016년 9월30일)이 내려지자 인스타페이가 항소해 2심에 계류 중이다.

김기선 의원 질의에 조환익 한전사장은 즉답을 피한채 "종합감사에서 정리해서 말씀 드리겠다"고만 했다.

홍의락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이날 국감에서 같은 사안에 대해 질의했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홍의락(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환익 한전사장을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홍 의원은 "이 사안은 한전이 카카오와 함께 인스타페이의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서 기술탈취,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갑질행위다"며 "한전이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특허권자인 인스타페이와 협조해 혁신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게 원만한 대화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조환익 사장은 "카카오와의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말끝을 흐리다가, 홍 의원이 다시 특허심판원의 인스타페이 특허유효 결정 사실 등을 거론하며 '협력'을 강조하자 "그런 방향으로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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