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고시·경기고(성시경) 인사

▲ 박근혜정부를 장악한 성균관대 인맥.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홍원 총리, 황교안 법무장관 후보자, 허태열 청와대비서실장, 곽상도 민정수석,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내정자. <사진= 조선일보>

[위클리오늘=나권일기자] 박근혜 정부의 양 수레바퀴인 초대 내각과 청와대 인선 결과를 놓고 다양한 인선평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를 이끌어갈 각료 18명과 청와대 참모진 12명을 언론과 정치권이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편중) 인사에 빗대 ‘성시경’(성균관대·고시출신·경기고출신 우대) 인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박근혜 정부의 임기초 성패를 가늠할 인사 결과를 토대로 새 정부의 인맥과 권력지도를 살펴봤다.

청와대12명중 5명이 성균관대

박근혜 정부 첫 조각(組閣)에서는 S라인이 돋보인다. 성균관대학교 출신의 약진이 그것이다. 인수위는 지난 18일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민정·홍보·국정기획수석을 발표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4인방’이 모두 성대 출신이어서 화제가 됐다. 집권 초 막강한 권력이 실릴 청와대 12명 참모진 중에도 성대 출신은 무려 5명이나 됐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성대 법학과를 졸업했고, 곽상도 민정수석이 법학과 후배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모교 교수로 후배들을 양성해 왔다. 이남기 홍보수석도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모철민 교육문화 수석도 경영학과 출신이다.

내각에서는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성대 법대를 나왔다. 성대 출신은 이번 인사에서 7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특히 내각 수장과 청와대 책임자인 국무총리 후보자와 비서실장을 모두 성대 출신이 꿰찼다. 박근혜 정부에서 성대가 급부상하자 성대총동창회 관계자는 “우리는 건배 구호로 ‘태평성대’를 외치는데 이번 일은 ‘폭풍성대’ 수준이다. 민망할 정도로 아주 영광스럽다”라고 동창회원들이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성대 편중인사와 관련해 박 당선인측 관계자는 “해당 분야 전문성과 능력을 기준으로 인선을 하다 보니 우연히 특정 학교 출신이 몇몇 포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인선 결과는 우리사회의 ‘SKY 편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긴 하지만 치우쳐도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서울대와 육사출신 약진

또 다른 S라인인 서울대 출신도 약진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서남수 교육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장관,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조윤선 여성부장관 후보자가 서울대를 나왔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서울대 출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의 이번 인선은 사실상 ‘성대 라인’으로 볼 수 있다. 성균관대와 서울대 다음으로는 육사 출신이 약진했다. 김장수 청와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육사를 나왔다.

이에 반해 전통적인 명문인 연세대, 서강대 등 이른바 ‘신촌 라인’과 고대는 이번 인사에서 몰락했다. 연세대는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 서승환 국토해양부장관 등 2명 입각에 그쳤고, 고려대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 후보자 1명만 입각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려대 출신이 급부상했던 것에 비하면 급추락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 출신은 이번 인사에서 최순홍 교수가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에 중용되는데 그쳤다. 서강대는 지난해 대선 직후만 해도 ‘정통 친박계’에 서강대 출신(서병수·김호연), 서강학파(김종인·김광두), 연세대 출신(최경환·현기환·이성헌·김태환 등)이 대거 포진돼 입성을 기대했지만 실패했다. 모교 출신과 측근들을 챙기려다 역풍을 맞았던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학습효과’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이 일부러 서강대 출신을 제외했다는 설도 있다.

 

지역 안배 없는 건 아쉬움

박근혜 정부의 내각과 청와대에는 고시출신도 수두룩하다. 내각에는 행정고시 출신이 5명(현오석·서남수·유정복·유진룡·윤상직)으로 가장 많고 사법고시 출신이 4명(정홍원·황교안·진영·조윤선)으로 뒤를 이었다. 외무고시(윤병세)와 기술고시(윤성규) 출신도 1명씩 있다. 청와대는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행정고시)와 곽상도 민정수석 내정자(사법고시)가 있다. 고등학교 학맥으로 보면, 경기고 출신이 7명, 서울고 출신이 5명을 차지했다. 그동안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광주살레시오고(이남기·이정현)가 눈에 띄는 정도다. 이 때문에 인선 이후 인수위 기자실에서부터 박 당선인의 성균관대와 고시 출신, 경기고 우대 인선을 빗대 ‘성시경 인사’라는 말이 회자됐다.

전문성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 안배와 성별 등에서 균형 인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과 영남에 편중됐다. 각료 18명 가운데 서울출신은 7명(서남수·윤병세·황교안·류길재·조윤선·서승환·김종훈), 인천출신은 2명(유정복·유진룡)으로 수도권 출신자가 9명이다. 영남 출신은 부산 2명(박흥렬·윤진숙), 대구 1명(윤상직), 경북 1명(이동필), 경남 2명(정홍원·김병관)으로 총 6명이다. 반면 호남 출신은 3명(진영·방하남·김장수)으로 탕평인사에는 미흡했다는 평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표를 몰아준 충청지역도 이번에 입각이 저조해 지역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각료 역시 조윤선 여성가족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등 2명에 불과해 ‘첫 여성대통령’에 가졌던 기대를 무색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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