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생태계 살리기: 자기 기만과 무기력을 넘어>

 
출판생태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다    
저자는 출판 산업의 침체 원인을 독자가 줄어드는 데에서 찾는다. 독서량의 감소는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을 통해 ‘협소한 직접 경험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볼 수 있는 지혜를 구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기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이러한 ‘반문화적 야만’은 현 사회 구조 전반에 팽배한 문제이며, 출판에서만 유독 도드라진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을 양산하는 입시 위주의 대학교육, 낙오한 사람에게는 두 번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상황을 문제점으로 꼬집는다. 작가는 “극악한 적자생존의 질서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한가하게’ 책 속에서 삶의 길을 찾으려는 독자를 기대할 수도 없다”며 “출판 시장의 위기는 출판 산업의 범위를 넘어선 지평에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독자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출판, 공공화만이 답이다
독자를 끌어당기려면 ‘팔릴 만한 책을 잘 골라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저자는 책을 자본주의의 논리에만 맡길 수 없다고 말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책이라는 상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면, 인류의 지적재산의 차원에서 볼 때 출판은 한 가지 책이 많이 팔리는 것보다 적게 팔리더라도 다양한 책이 존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다.
책의 가치는 만들어지기 전에 누구도 그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지닐지 단언할 수 없으므로 그 위험에 따르는 비용을 사회적으로 부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저자의 생각은 에필로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날로 위축되어가는 독서 인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자’는 백번 지당하신 말씀을 귀에 못이 막히도록 되풀이하는 캠페인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사회 개혁이 필요하다. 누군들 ‘책이 마음의 양식’임을 몰라서 책을 멀리한단 말인가. 역설적이지만, ‘독서진흥’을 위한 예산은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의 여유가 확보되는 복지 기반 확대나 노동시간 단축 따위를 위한 노력에 쓰여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출판공공화의 최소 기반으로 공공도서관을 제시한다. 출판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모든 과정을 ‘공공적 질서’ 속에서 재편하자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대학을 기반으로 한 ‘독서 커뮤니티’ 활성화를 비롯해 출판생태계를 살리는 여러 가지 제안도 책을 통해 내놓았다.
 
무기력 넘어 실천적 연대 꿈꾸다
이 책에는 출판평론가 변정수가 10년 가까이 출판인 양성 교육을 해오면서 느낀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 있다.
“내가 가르치는 업계의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현실로 엄중하게 다가오는 출판생태계의 황폐함은, 그저 ‘출판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절박함을 불러일으킨다. 적어도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참혹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한 채 공허하기 짝이 없는 ‘희망 어린 전망’에만 솔깃한 자기기만과 나아가 어렵사리 절망적인 현실에 눈이 열린다 해도 오히려 그래서 더욱 ‘어떻게 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무기력까지 고스란히 대물림되도록 내버려둘 수만은 없었다.”
이 책은 출판 환경의 갖은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실천이 없다면 공허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출판인들이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조직적 매개’의 싹을 틔웠으면 하는 의지적 낙관을 보여준다. 출판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 지금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변정수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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