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판사, "위안부는 매춘" 표현 박유하 교수에 무죄 선고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오른쪽),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부지법에서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무죄가 선고된후 법원을 나서며 항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 등으로 표현한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60) 세종대 교수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인 나눔의 집(소장 안신권)은 “재판의 역사적 의미에 대한 심사숙고는 고사하고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없는 무성의함의 극치”라고 규탄했다.

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 이상윤 부장판사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에 대해 수요집회가 개최되는 수요일인 25일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나눔의 집은 “이상윤 부장판사의 판결이유는 아무리 선해하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미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하여는 같은 법원에서 출판금지가처분 사건과 민사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며 “가처분 사건과 손해배상 사건에서 재판부는 박유하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고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상윤 부장판사는 34개의 공소사실 중 무려 29개를 의견표명으로 보아 아예 형사 판단 대상에서 배제해버렸고 나머지 5개만 사실적시로 인정했다 그나마 그 5개의 표현마저 할머니 개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며 “이상윤 부장판사가 의견표명과 사실적시를 구분한 기준 자체가 전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 측은 또 “관련 민사재판에서 사실적시라고 인정한 부분을 모두 의견표명으로 치부하면서 박유하의 29개 표현은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기 힘든 부분으로 의견표명이라고 했다”며 “도대체 생존 할머니들이 그 동안 고통스럽게 증언하고 외쳐온 사실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국제기구에서 객관적으로 인정한 자료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러한 무분별한 구분으로 인해 29개의 중요한 공소사실은 아예 유의미한 판단 대상에서 누락되어 버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며 “이상윤 부장판사는 5개의 사실적시라고 인정한 부분도 명예훼손적 표현의 의미가 있지만 할머니 개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표현이 아니라고 하면서 박유하에게 면죄부를 주어버렸다”고 비난했다.

나눔의 집 측은 “금번 판결은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독해 부족에서 비롯된 무성의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판부의 독해부족으로 박유하의 책이 어떤 의도로 씌여졌는지, 그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박유하의 변명을 그대로 취신한 것”이라며 “ 박유하는 객관적인 연구자의 자세로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악의적인 의도로 ‘제국의 위안부’를 출간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박유하의 의도가 무엇인지 드러나며 박유하의 의도에 따른 표현은 잔인할 정도로 할머니들이 겪은 위안부의 고통을 외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 할머니들은 앞으로 항소심에서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검찰에 항소의견을 전달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일보군성노예문제의 본질과 엄중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지의 극치이다. 재판부의 무성의함을 다시 한 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고, 일본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는 허위 사실을 적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교수를 재판에 넘기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책에서 개진한 견해에 대해서는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고,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론자들에게 악용될 부작용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치 판단을 따지는 문제”라며 “공적인 사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더 넓게 인정돼야 하고 명예훼손에 대해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판례에 비춰볼 때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을뿐더러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견해에 대한 판단은 학문의 장이나 사회의 장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교환하고 상호 검증하면서 논박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진실을 밝히고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에서 명예훼손 표현이라고 제시한 35곳 중 '자발적 위안부가 있다'라는 표현은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 적시라고 판단했다. 대신 "피고인이 적게는 1만5000명, 많게는 32만명에 달하는 위안부 전체에 대한 기술을 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해서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앞서 박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던 이용수 할머니 등 9명의 명예를 특정해서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 있던 한 피해 할머니는 “법도 친일파냐. 저 X의 죄를 유죄로 해야 하는데 이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박유하 교수는 “명(名)판결이었다. 혼자 대적하기 너무 힘들었지만, 판사님이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 훼손 혐의에 대한 1심 공판에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며 미소 짓고 있다.<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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