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는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세기의 재판’ 결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5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삼성의 2인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경법)상 ‘횡령’, 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위반,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상 ‘위증’ 5가지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과 최순실씨 소유 독일법인에 송금하기로 약속한 금액 중 실제 지급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5일 오후 2시 3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외 삼성전자 임원 4명의 뇌물, 횡령 등 혐의 재판에서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4년이,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기소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 뇌물공여

우선 재판부는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명시적 청탁을 했다는 부분은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현안을 두고 이재용 부회장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만나 합병성사를 도와달라고 한 부분도 정상적인 일이라고 봤다. 

삼성그룹의 신규순환출자 해소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 현안과 관련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검토의뢰만 있었을 뿐 청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인식한 상태에서  최순실씨 등에게 금품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삼성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금품을 공여한 것 자체로 묵시적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이재용 부회장 등은 삼성그룹 승계 작업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시킨 만큼 이재용 승계작업은 실제로 진행된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삼성이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을 한 부분도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주는 데 대한 반대급부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2015년 9월 14일부터 2016년 3월 24일 까지 최씨 소유로 알려진 독일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에 송금한 36억3484만원과  정유라 승마훈련용 말 구입비용 등 41억6251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선수단 차량구매비용 마필 수송차량 등은 무죄로 판단해 총 72억9427억원만 뇌물로 봤다.

재판부는 최순실씨가 민간인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무원인 만큼 두 사람이 공모해 최씨가 뇌물을 받도록 한 경우에는 경제공동체가 아니라도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측은 최씨가 뇌물수수의 주체인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뇌물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기 때문에 최씨에게 준 뇌물이 곧 박 전 대통령에게 준 것이라는 논리로 반박했다.

삼성이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지원한 것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203억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에서 ‘사회협력비 부담비율’에 따라 정해준 가이드라인을 따라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임원 4명에게 인정된 뇌물공여 액수는 총 89억2227만원이다.

◆ 횡령

삼성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지원한 돈이 삼성그룹 계열사의 자금이기 때문에 횡령이라는 특검의 공소사실도 받아들여졌다.

정유라씨 승마지원비로 삼성이 송금한 77억9735만원 중 차량 구입대금과 마필 판매 대금 등을 제외한 64억6295만원도 회삿돈을 횡령금액에 포함됐다.

영재센터에 지원된 16억2800만원도 횡령한 돈으로 지급했다고 판단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3억원은 뇌물죄에서 무죄가 되면서 횡령금액에서도 제외됐다.

유죄판결을 받은 총 횡령액수는 80억9095만원이다.

◆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코어스포츠에 용역비 명목으로 지급된 37억3484만원에는 뇌물, 횡령과 함께 재산국외도피죄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코어스포츠의 실체가 페이퍼컴퍼니는 아니고 최순실이 지배하는 1인 회사”라며 삼성이 자본거래 신고를 하지 않고 탈법적 수단으로 송금한 돈이 최순실의 개인적 용도로 사용된 만큼 모두 재산국외도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죄에 관해선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승마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부 말을 교환하는 것을 이재용 부회장 등이 묵인하거나 동의했다고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 국회에서 위증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안민석, 황영철 의원 등의 질의에 최순실씨와 정유라씨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삼성의 최순실 지원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검의 증거에 의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충분히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판단해 위증죄를 인정했다.

위증죄는 5명의 피고인 중 이재용 부회장에게만 적용됐다.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본질”이라며 “횡령액에 대해 현재까지 피해 변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승마지원으로 인한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계속적으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작출하는 등 범죄의 행위 태양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불법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명시적 청탁이 없었고,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은 감형사유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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