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해외건설] 말레이시아 만중 5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현장

▲ 상업운전에 들어간 말레이시아 만중 5 석탄화력발전소.  /  대림산업 제공

[위클리오늘=안준영 기자] 동남아시아 경제 강국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서쪽으로 약 288km 떨어진 만중(Manjung).

대림산업이 건설한 1,000㎿(메가와트)급 '만중 5 석탄화력발전소(M5)'가 자리잡은 곳이다. 숫자 5는 지역내 5번째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의미다.

M5는 대림이 13년만에 말레이시아에 재진출해 완공한 사업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제품' 성능 못지않게 현지에서 화제가 된 것은 공사 기간이었다.

대림은 통상 50개월이 소요되는 1,000㎿급 화력발전소 건설 작업을 2014년 1월부터 45개월여만인 지난달에 마무리지었다.

공기를 5개월 단축시킨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례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중에는 총 5개의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1~4기는 프랑스 다국적 발전설비회사 알스톰이 지었다. 알스톰은 발전 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탑 5에 드는 글로벌 업체로 2015년 미국 산업 인프라기업인 GE(제너럴일렉트릭)에 인수됐다.

다국적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알스톰도 2015년 1,000㎿급 발전소(4기)인 M4를 준공하면서 48개월 공기 약속을 펑크냈다. 보름 가량 지체됐다.

M5 발전소 상업가동 직후 발주처인 말레이시아 국영 전력공사(TNB)가 "대림의 기술력과 열정적인 프로젝트 운영에 감사한다"고 경의를 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기 5개월 단축…130만 현지인에 안정적 전력공급 

'TNB 패스트트랙 3A'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는 총 부지 11만㎡에 공사비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하루 최대 작업 인원이 2500명에 달하는 초대형 플랜트 공사다. 말레이시아 중부 지역거주민 130만명의 전력을 책임지게 된다.

프로젝트명에 ‘패스트트랙’이 들어간 점에서 알수 있듯 공사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높은 품질의 발전소를 짓는 것이 과제였다. 발주처인 TNB 가 최근 10년간 추진한 사업 중 공기를 맞춘 곳이 전혀 없어 전력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는 일이 많았던 탓이다.

대림은 2013년 8월 해당 프로젝트의 수주 직후 프로젝트 팀을 결성해 공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연구했다. 좁은 사업부지, 연약한 지반 상태, 복잡한 현지 행정 절차 등 사업 여건을 고려해 치밀하게 밑그림을 그렸다.

박충민 현장소장은 "짧은 공기를 만회할 수 있는 것은 기술력뿐이었다. 회사가 수행했던 프로젝트와 국내외 사례들을 검토했다"며 "기존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에는 쓰지 않던 공법들을 접목하며 해결책을 찾아갔다"고 회고했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랜드 잭(Strand Jack) 공법이다. 보일러 대들보 역할을 하는 330톤 중량의 헤비 거더(Heavy Girder)를 상량하는 작업에 초대형 크레인 대신 스트랜드 잭을 활용했다.

기존 방식은 크레인을 조립하는 기간이 길고 조립 및 해체를 위한 부지가 별도로 필요하다. 때문에 공기가 짧고 부지가 좁은 현장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펌프로 유압을 발생시켜 물체를 끌어올리는 스트랜드 잭 방식은 준비 기간이 짧고 좁은 공간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 현장 기술자들은 일찌감치 스트랜드 잭 사용을 결정한 뒤 맞춤형 설계를 진행했고 공기와 비용을 감축했다.

화력발전에 필요한 냉각수는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해 땅을 파서 파이프라인을 묻는 대신 터널을 뚫었다. 실드터널(Shield Tunnel) 공법을 사용한 것인데 원통형 굴착기로 땅굴을 파고 콘크리트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해저터널과 지하철 공사에 주로 쓰인다.

신 설계ㆍ시공 기술…현지 발전시장 다국적기업과 전면전 채비

매립지인 공사현장의 연약한 지반을 고려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보드파일(Bored Pile) 공법 대신 60m 강관을 땅에 박아 건축물을 지탱하게 하는 강관파일(Steel Pile) 공법을 적용했다. 협소한 사업부지 특성을 감안해 40톤급 타워크레인 1개를 설치, 전체 발전소 건설에 적극 활용해 공사기간을 단축했다.

박 소장은 "말레이시아 플랜트 건설 현장에 40톤급 대형 타워크레인을 사용한 사례가 없어 초기 인허가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금은 현지 업체들로부터 프로젝트 완료 후 사용하게 해달라고 러브콜을 받는 인기상품이 됐다"고 전했다.

M5는 친환경 고효율 발전방식인 초초임계압(USC)으로 완공됐다. 기존 발전방식에 비해 높은 압력과 증기온도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과 연료 사용을 감축할 수 있다.

기술혁신은 발전품질로 이어졌다. M5의 시운전기간에 발생한 '발전정지'는 10번에 불과했다. 발전정지는 시험가동 중 보완사항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인데 평균 30회 정도 계산된다.

말레이시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027억달러로 세계 37위 수준이다. 세계 금융위기때를 제외하면 지난 10년간 5% 내외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원유, 팜오일 등 가용 자원이 풍부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대림은 1974년 시부 항만 확장공사로 말레이시아에 처음으로 진출한 이후 토목ㆍ건축ㆍ석유화학공장ㆍ발전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 위기로 2000년 철수했는데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13년만에 재입성했다.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함에 따라 말레이시아 발전시장을 독점하던 알스톰과 현지에서 진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소장은 "동남아시아는 최근 경제 개발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전소 발주 물량이 상당하다"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수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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