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17일 이륙 후 주 회전날개가 통째로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기체결함이 의심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수리온은 세계 최고수준"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해병대 사령부>

먼저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순직장병들께 애도를 표합니다.

그리고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철원 K-9 자주포 사고 등 적의 총끝에서 죽음으로 대한민국을 지켜내신 호국영령들과 함께 광주 민주화 운동 등 독재에 맞서 항거하신 민주열사 영령,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꽃 같은 나이에 우리의 곁을 떠나버린 세월호 침몰 희생자에게도 똑같이 머리숙여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편집자 주]

■잘한 건 잘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처음에 미약했으나 취임 후 날이 갈수록 그 기대치가 높아져 갔다.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계약직에게 보여 준 밝은 미소가 그랬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예우가 그랬고, 단순·일용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랬다.

이런 이유로 재작년 겨울 밤 찬바람 부는 광화문에서 생면부지의 이웃들과 봉지 커피를 나눠 마시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 터져라 외치던 때를 생각하면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가슴 뛸 때가 더러 있었다.

물론 대다수 시민들처럼 야권 대선주자 ‘문재인’을 지지했다거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촛불을 든 건 아니였다.

시간이 갈수록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과 리더쉽에 매료돼 대통령과 절친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듯 ‘팬심’이 절로 생겨날 때도 있었다.

그가 이끄는 나라는 뭐든지 잘될 것 같고, 그동안 우리사회에 고질적으로 쌓인 병폐가 하나씩 소멸돼 새나라가 될 듯 했다. 무엇보다 그가 우리나라의 대통령인 게 무척 자랑스러웠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남북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이끌어 낸 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구세주라며 마음 속으로 그를 칭송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의 담보가 전제돼야겠지만, 미국을 위시한 한반도 주변 열강들의 패권 경쟁을 둘러싼 복잡한 수 싸움 속에서 다들 반신반의한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결국 북한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낸 것은 어떤 미사어구로도 형언할 수 없는 참으로 통쾌한 성과였다.

최근 미·북 간 대화와 협상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해 안타깝지만 당시 미국의 군사적 압박과 경제재제가 주효했다 하더라도 우리 문 대통령이 잘한 것은 잘한 것이다.

■못한 건 못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 '서민 경제'

무더위가 기승이라 안 그래도 불쾌지수가 높은 때에 서민 경제와 직결된 고용·실업 지표도 그렇고, 주택담보 대출 금리 인상도 그렇고, 대부분의 서민 경제지표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 온 요즘 여기 저기서 다들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미·북 간 협상으로 북핵 위기가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6.13 지방선거가 치러진 뒤부터는 ‘살기 너무 힘들다’는 국민들의 볼멘소리가 주위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곳을 누르면 한 곳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 효과처럼 서민들의 푸념이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안보 이슈로 잠시 가려졌던 청년은 청년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살기 힘들다고 한숨짓고 있다. 단순 노동자가 그렇고 계약직이 그렇다. 알바부터 편의점 사장에 이르기까지 정규직과 건물주 빼고 모두들 ‘희망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위정자들은 이것이 풀어야 할 시급한 문제들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경제관련 모든 부처가 고민해 하루빨리 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그날이 오길 기대한다.

▲군인의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 

‘사람이 먼저다’를 항상 주장하시던 문재인 대통령께 서운하고 답답한 불평 불만을 털어 놓는다.

최근 포항에서 ‘마린온’ 헬기가 시험비행 중 추락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륙 직후 프로펠러가 본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초유의 사태로 아까운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사고의 원인은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밝혀지겠지만 헬기 추락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대처가 아주 못마땅하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공식 브리핑 한 줄 내지 않고 현장에도 가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유족 짜증’ 발언으로 희생자와 유족들을 욕보이더니, 청와대도 조화만 보내고 사고가 발생한 17일로부터 엿새가 지나 영결식이 있을 때까지 조문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사람이 먼저다’를 국정철학으로 내걸은 문재인 정부가 정말 이럴 수가 있나!”하고 배신감마저 든다.

불과 10미터 높이에서 떨어진 대당 몇 십 억대의 헬기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불타 폭발해버렸다.

승무원들 시신도 유전자 감식을 해야만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까맣게 재로 변했다.

조그만 낚시배가 뒤집혀도 즉각 반응하던 청와대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다.

세상에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 만은 군인·경찰·소방관 직군의 죽음은 마음을 더욱 아프게 도려낸다. 이들 죽음의 대부분은 국가나 시민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한 희생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세간에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외면하고 국방장관까지 홀대하는 순직장병들은 ‘복날 개 값 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며 청와대에 입양된 강아지 ‘토리’가 부럽다”는 황당한 얘기가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유족들의 슬픔을 함께 하는 시민들은 “기체 결함으로 보이는 사고로 군인이 5명이나 죽었는데 추모 기간에 영부인이 꼭 그 때 영화를 보셨어야 했냐”며 “영화를 보지 않으면 죽기라도 하냐, 군인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냐”고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로 숨진 장병들의 죽음과 최근 유명을 달리한 유명 정치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비교해 말들이 많다.

한 정치인의 사망 소식에 청와대는 곧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은 나라를 지키다 순직했는데도 청와대가 조화로 조문을 대신하더니 영결식이 끝나고 나서야 이날 오후 회의 전 잠깐의 묵념으로 애도했는데,  정치인의 죽음에 따른 청와대 일정취소와는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5명 장병들의 목숨과 한 정치인의 그것을 극단적으로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청와대의 편파적인 처사에 말문이 막히고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팔은 안으로만 굽는 것이겠지만, "국민은 대통령을 바라 보는데 수권자는 정치인들만 눈에 들어 오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일부 시민들의 의견이라 치부하지 말고 마음을 귀를 열고 그들의 생각을 읽어 대통령께 과감없이 보고 드리라고 전하고 싶다.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 또한 정치권이 새겨 들어야 할 성난 시민들의 민심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 사고와 상식을 갖춘 시민들이 청와대와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상당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을 정치적 색깔론으로 치부하거나 감정적 수사로 평가절하 하지 말길 바란다.

국민과 소통을 단절한 지난 정권의 몰락을 거울삼아 쓴 소리도 당연히 수렴할 수 있는 자세로 국가운영에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리온 추락은 예견된 인재?

상당수 군사전문가들과 언론에서는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사고 당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군 당국은 사고원인을 밝혀내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며 "이것이 방산비리와 연계되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는 ‘마리온’의 결함 여부는 물론이고 4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가운데 하나인 방산비리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고 원인 조사가 시작도 되지 않았는데, 사고 다음날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의 입을 빌어 ‘수리온 헬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마리온 추락사고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철저한 사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족들과 국민들 바람을 무시한 채 진상조사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기체결함 및 방산비리를 원천봉쇄하려 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선 추 대표 발언으로 집권여당이 정부의 속도 모르고 엉뚱한 곳에 칼날을 들이 댄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고, 유족들은 “해외에 수리온 헬기 장사를 위해 정부가 나서 ‘마린온 결함’과 ‘방산비리’를 덮으려 한다”고 날을 세우며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해병대는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는 부대인데 그들은 왜 헬기에 탔을까?

대다수 국민들은 "해병대는 해군 아니냐"며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작전만 하고 해안방어와 도서방어를 위해 유지되는 부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해병대가 왜 기동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지 의아해 하는 이가 상당수일 것이다.

그동안 공지기동을 염원하던 해병대는 1973년 해군에 통폐합되면서 잃어버린 날개(해병대 항공단)를 다시 갖는 것이 염원이었다.

많은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적의 해안으로 상륙돌격만 고집할 수밖에 없던 예전의 해병대가 새롭게 선택·발전한 개념이 ‘입체상륙’ 작전이다.

전략기동부대가 ‘해안상륙’과 함께 항공기를 이용해 적의 후방 깊숙이 기동하는 ‘입체상륙’을 복합적으로 펼치는 것은 아군의 희생을 줄이고 적을 보다 쉽게 괴멸시키기 위한 당연한 이치였던 것이다.

▲숨진 승무원들은 결함 몰랐나?…정부의 '안전불감증'은 무한 반복 중

‘수리온’ 헬기에서 파생된 ‘마린온’ 상륙기동 헬기는 수리온보다 더 무겁고 해군 상륙함정에서 이·착륙함으로써 접이식 프로펠러로 재설계됐다.

수리온 설계 후 전력화까지 걸린 기간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리온에 접이식 프로펠러를 도입해 마리온에 장착하는데 걸린 기간이 불과 몇 개월이라니 번개 불에 콩 볶아 먹은 셈이다.

군사전문가 자주국방네트워크 신인균 대표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승무원이 진동계측기를 가지고 시험비행을 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진동이 매우 심했다.

사고 당일도 심한 진동과 관련해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40여 년 전 유로콥터가 설계한 쿠거헬기를 모델로 하는 수리온에서 개량된 마린온은 쿠거 엔진 대신 미국제 엔진을 장착했다.

신 대표는 이 과정서 경량 고출력 엔진을 KAI가 제대로 진동밸런스를 잡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마리온은 미국 GE T700K엔진에 유럽산 트랜스 미션과 기어박스, 국내 KAI가 만든 로우터를 장착해 각 부품들의 부정교합으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를 당한 마리온 승무원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을까?

아마 알았다면, 혹시라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으로서 국가의 명령에 따라야만 했다면...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추락 전 당시 승무원들의 극한 공포나 불안감을 떠올리면 억장이 무너진다.

이 대목에서 세월호에 갇혀 숨져간 어린 학생들의 죽음과 무엇이 다른 지 위정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들 모두 국가를 믿었다.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였을 뿐인데 그들은 결국 우리 곁을 말없이 떠나게 됐다.

1%라도 기체 결함일 가능성이 있다면 상식적으로 수리온-마린온 계열의 헬기들은 사고원인이 검증될 때까지 무기한 비행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수리온 헬기는 비행금지 하루 만에 정상적인 비행이 허가됐다고 전해졌다.

만약 이번 사고 원인이 기체결함이라면, 마리온만이 가지고 있는 결함인지 수리온을 같은 뿌리로 둔 파생기종들 모두에게 있을 수 있는 결함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데 군사전문가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고가 예견된 인재일 수도 있다는 관련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에 귀 닫은 문재인 정부와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은 세월호 침몰을 방치한 지난 박근혜 정부와 너무나도 닮아 가는 모습이다.

지난 정부나 현 정부나 안전에 대해서는 도긴개긴인 셈이다.

▲정부는 마리온 전력화를 왜 서둘렀나…전작권 환수 시기 맞춰 졸속 개량 의혹

해병대는 ‘공지기동부대’를 지향하지만 사실상 항공기 한 대 없던 부대였다.

훈련 때마다 육·해·공군이나 미해병대의 헬기를 빌려 타며 주워 온 자식 눈칫밥 먹듯 타군의 일정에 맞춰 공수훈련과 헬기를 이용한 전술훈련 등을 해왔다.

‘공지기동’은 허울 뿐, 해병대 실정에 적합한 입체상륙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다. 이런 이유로 해병대는 자체 항공단 재창설을 꿈꾸며 꾸준히 항공사들을 배출해 왔다.

또한 마리온 전력화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배경엔 다가오는 2023년 전작권 환수 시점에 맞춰 미해병대의 빈자리를 한국 해병대가 그 자리를 메꿔야만 했다.

우리 해병대가 세계 최강 전력의 미해병대를 대신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마리온 전력화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작권 전환 시기에 맞춰 단기간에 졸속으로 마린온이 수리온에서 개량되고 무리하게 서둘러 전력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결국 수리온과 마린온의 개발 기간 모두들 합쳐도 선진국의 개발 기간에 크게 못 미친다. 항공기를 자체 설계·생산할 수 있는 선진국도 전력화하는 기간이 우리의 2∽3배에 이른다.

청와대 대변인 발표처럼 그들의 기술 수준에 비해 걸음마 단계인 KAI가 ‘세계 최고 수준’의 수리온 제작에 이어, 그 뛰어난 기술력으로 미국산 엔진과 유럽산 기어박스 등을 조립 생산해 '무결점 마린온 헬기를 만들었다고 믿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 지 청와대에 묻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젊은이 중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훈련에 임했던 한 병사의 일화를 소개한다.

이 병사는 K-9 폭발사고를 당한 후에도 부품 납품업체는 사과 한마디 없고, 추정컨대 동료들은, 훈련을 지속적으로 강요받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험체였다고 고발하고 있다.

이 병사의 고통스런 사연을 알게 된 누군가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그의 안타까운 사연을 올리게 되고 이후 청와대가 답변하는 시간이 있었다.

김현종 국방개혁 비서관이 ‘청와대 LIVE’라는 프로에 11일 출연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8월 철원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부품결함으로 발생한 폭발사고로 전신 55%에 2∽3도 화상을 입은 이찬호(25) 예비역 병장의 치료 및 국가유공자 지정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답변했다.

그는 23일 마린온 추락 순직장병들의 영결식장에 청와대 대표로 조문하려다 성난 유족들의 반대로 조문을 거부당한 장본인이다.

김 비서관은 이날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 순직하거나 부상당한 장병에게 합당한 예우와 보상,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국가보훈처가 (예우·보상 등)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 발생한 사고가 지금까지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할 만큼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가 미흡했음을 청와대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얼마나 더 많은 장병이 K-9에서 또 마리온에서 죽어야만 그 규정은 개선되는 것인가.

K-9 폭발사고 이후 국가가 지난 정권의 낡은 규정으로 과연 이 청년에게 꿈과 희망 대신 좌절과 고통만 안겨준 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 부상자 예우 처리가 얼마나 미흡하고 사고 당사자가 불안했으면 국민청원에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됐을지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정부는 정말 각성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임박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야 협치 수준을 넘어 사실상 연정에 가까운 ‘상생정치’를 추진 중이라는 청와대발 뉴스도 접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변함없길 바라며 훌륭한 참모들과 함께 정치권이 솔선수범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초석이 돼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K-9 자주포 폭발사고 부상자 이찬호 병장의 치료·보상을 위한 청원서(전문)

2018년 5월23일 아침 페이스북에서 한 글을 읽게 됩니다. 군에서 일어난 사고 글인데요, 아무런 보상과 관심도 받지 못하고 혼자만의 그리고 그 가족들만이 힘들어 하고, 방치되어 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진지하게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2017년 8월18일에 K-9 자주포 사고 (3명 사망, 4명 부상) 부상자 이찬호입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사고가 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아무런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없습니다.

현재 군은 K-9 자주포 기계 결함으로 잠정적 수사 발표를 한 상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실제 사격을 하고 있으며 훈련을 지속해서 강요받고 있습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안전 보호를 받지 못한 희생양이자 실험체였습니다.)

분명히 이 사고가 있기 전에도 이런 기계결함 문제는 2010년과 2016년에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아닌 듯 지나갔습니다. 왜일까요? 참 신기하게도 K-9 자주포를 만드는 한화 테크윈은 사고가 나고도 어떠한 보상이나 사과 하나 없이 해외수출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1평도 안 되는 그 밀폐된 차가운 철갑 안에서 장약 5호 3개가(성인 키보다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는 화약) 장약이 터졌습니다. 40억 원짜리 40t급 자주포는 허무하게도 날아갔고 그 안에선 불꽃이 휘몰아쳐 극한의 고통이 한계에 도달할 때쯤.... 어떠한 고통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치료 과정 또한 몇 번을 기절하면서 죽음과 생사를 오갔습니다. 플라스틱병 타는거 보셨습니까? 피부의 형태가 오그라들고 살탄냄새가 진동했습니다. 현재 의학적으로도 신체를 복구하기는 어려울뿐더러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제가 짊어지고 살아야 됩니다.

전신 55% 화상, 3도 화상이 45%가 넘는 상태. 사고 당시 압력으로 인한 안와분쇄골절. 코와 광대뼈 분쇄골절 시력저하(2.0-> 0.3↓)와 안구함몰 복시현상. 아직도 남은 수술.....수십 차례.... 꾸준한 정신과 진료와 약물복용.

9개월이 지난 지금 후유장해판정을 받은 상태이며 보호자의 병간호 없이는 씻고 먹고 자는 것 조차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친형과 어머니가 간호 중)

손과 큰 관절의 구축으로 인한 자유도 상실, 가만히 서 있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수축된 피부,

답답한 병원생활과 치료과정 저만 아니라 제 가족의 삶의 피폐함 생계유지비 또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막상 전역을 하게 되면 병원비 또한 한 달에 500~700만 원 드는 비용을 걱정해야 됩니다.

1994년에 태어나 중학교 3학년 때 품은 연기자의 꿈, 누구도 말릴 수 없었던 꿈을 먹고 사는 청년. 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더욱 커진 꿈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 확고해졌습니다. 대학교도 연극영화과 입학 모두의 기대와 사랑을 받으며 나날이 꿈이 현실화되어가고 있는 찰나 돌연 꿈 사망........

저는 이 몸을 이끌고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창문을 멍하니 보면서 죽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남은 인생을 살아야 할까요?

장난치다가 혼자 사고 난 것도 아니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대가는 이뿐인가요?

그럼 여러분이라면 군대에 가시겠습니까? 보내시겠습니까?

선진국은 명예롭고 인정을 해주어 훈장을 부여하며 대통령이 먼저 와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보통도 힘든 삶 최소한의 살아갈 이유라도 얻고자 합니다.

화상으로 인해 평생 지우지 못할 흉터와 정신적 고통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때의 잔상 햇빛을 못 보며 아무도 모르게 숨어지내야 하는 현실. 조금의 빛줄기를 받고자 용기를 내 글을 올려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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