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무용론 진단

▲ 중앙선관위 TV토론은 지상파 3사 합산 시청률이 34.9%나 될 정도로 국민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위클리오늘 한기주 기자> 정치인들은 좋은 뉴스이건 나쁜 뉴스이건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길 원한다. 정치인에게는 대중에게 잊혀지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요즘 상종가다. TV토론 이후 이정희 후보는 한때 네이버 검색순위 1위에 올랐다. 이 후보나 통합진보당으로서는 쾌재를 부를만 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숨죽이며 지켜봤던 국민들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지상파 3사 합산 시청률이 34.9%나 됐지만 지지율이 1%도 안되는 후보가 지나친 공격모드로 토론 분위기를 좌지우지하자 TV토론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박근혜·문재인·이정희 후보의 1차 정치분야 TV토론이 끝난 뒤 <로이터> 통신은 “때때로 북한의 대변인 같이 말하고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극좌 정당인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가 가장 큰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 후보는 지난 4월 총선에서 통진당과 연대했던 민주통합당의 문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차 TV토론은 이정희 독무대

이 통신의 평가처럼 1차 토론은 이정희 후보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후보는 이정희 후보의 독설적 공격에 분을 삼키지 못했고, 문재인 후보는 박 후보와 1:1 집중토론을 해보지도 못했다. 이 후보의 공격은 통합진보당원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지만, 오히려 박근혜 후보의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문재인 후보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TV토론에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문재인 후보쪽 관계자는 “중앙선관위 토론은 미리 정해진 주제에 대해 한번씩 묻고 한번씩 답하는 것으로 끝이다. 내가 상대후보에게 질문을 한 것에 대해 그 질문이 문제가 있거나 생각이 다르거나 잘못됐다고 재질문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토론방식은 “누가누가 암기를 잘했느냐, 누가누가 잘 보고 읽었느냐 하는 경연대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으로 정해진 규칙이라서 2차토론 때부터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2차, 3차 토론 준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는 것이 각 후보들의 입장이다.  

 

경제분야 토론은 정책중심될 듯 

10일 진행되는 2차 TV토론 주제는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대책과 경제민주화 실현 방안, 일자리 창출 등 경제분야다. 박근혜 후보쪽은 2차 토론회에서 중산층을 살리는 민생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중산층 재건 공약의 주요 타깃이라 할 수 있는 30~40대를 공략하기 위해 하우스푸어 및 렌트푸어 대책, 국민행복기금 조성을 통한 가계부채 대책, 일자리 창출 위주의 창조경제 등 그동안 제시했던 공약들을 차분하게 제시해 신뢰감을 준다는 계획이다.

‘문재인=노무현 비서실장’이라는 구도를 강조하기 위해 문 후보에 대한 공세도 적극 펼 예정이다. 참여정부 때 집값이 급등하고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 그리고 대학등록금이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해 참여정부의 실정을 공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고민은 있다. 박 후보로서는 1차 토론에서 박 후보를 집중적으로 흔들었던 이 후보의 존재가 부담스럽지만 이정희 후보의 파상공격을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어 고심 중이다.  

 

이정희 측 “박근혜 생얼공개하겠다”  

문재인 후보쪽은 토론회에서 최대한 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양자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번에도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문 후보쪽은 2차 토론이 박근혜 VS 이정희 구도로 전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안철수 전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박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는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일자리, 청년실업 문제는 문 후보가 강점을 갖고 있다고 보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국민들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이정희 후보쪽은 1차 TV토론에서 예상 외의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1차 토론 때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제분야의 경우 노동자·서민층의 생생한 삶에 대해 이 후보가 잘 아는 만큼 토론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차 토론 때처럼 박 후보에 대한 공세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통합진보당의 공약도 국민들에게 강조해서 알린다는 계획이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경제토론 때는 이 후보가 지난 번 토론 때보다 더 속 시원하게 후련하게 얘기할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더 적나라한 ‘생얼이 드러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분야에 집중될 2차 TV토론도 1차 TV토론처럼 이정희 후보의 공격모드로 분위기가 전개될 경우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 무용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위클리오늘 한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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