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제, 미성년 제자 상대 성폭행 혐의 구속

▲ <사진=YTN 캡처>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중견 시인 배용제(54)씨가 미성년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행 등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한국일보는 23일 배용제씨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구속됐다고 보도했다.

배용제씨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력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 및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다.

1963년생으로 올해 53세인 배씨는 고양예고 문예창작 실기교사로 재직 중이던 2011년 7월부터 2013년 11월 교내에서 제자 10여명을 상대로 “가슴이 예쁠 것 같다. 만져도 되냐”는 등의 말을 하며 성희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1년 7월에서 2014년 7월 사이에는 서울 종로구에 ‘동상이몽’이란 문예 창작실을 오픈해 시 창작기법을 가르쳐 준다고 미성년자인 문하생 5명을 유인해 성폭행 및 성추행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배용제씨는 2013년 여름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 평가 설문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 및 성희롱 발언 등의 문제가 제기돼 학교에서 퇴직을 당했다.

배용제씨는 수사 및 영장심사 과정에서 “성관계를 가진 건 맞지만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용제씨 사건은 지난해 10월 문단 내 성추문 폭로가 이어지면서 불거졌다. 박진성 시인과 원로 작가 박범신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글을 올렸고, 배씨에게 당한 피해자들도 잇달아 관련 글을 게재했다.

당시 배용제씨는 “저로 인해 상처 받은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며 “이후 모든 활동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 자숙하겠다”는 사과문을 올렸었다.

배용제씨는 “내가 문단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 줄 아느냐. 내 말 하나면 누구 하나 매장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등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며 학생들의 반발을 억눌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논란이 일자 서울경찰청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피해자 및 참고인들의 진술 등을 확보한 뒤 올 2월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현)에 구속영장을 신청해 배씨를 구속했다.

배용제씨는 전북 정읍 출생으로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서울 예술신학대 기독문학과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나는 날마다 전송된다’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고 시집으로 민음사가 출판한 ‘삼류극장에서의 한때’(1997), 문학과 지성사가 출판한 ‘이 달콤한 감각’(2004), ‘다정’(2015) 등이 있다. 배용제씨는 시집 '다정'으로 지난해 남도시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배씨가 재직했던(2008~2013)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졸업생들은 배씨의 성폭행을 처음 알린 트위터 사용자 '고발자5'를 비롯한 피해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졸업생 100여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연대 '탈선'을 꾸려 배용제씨의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탈선'은 '고발자5'의 폭로로 드러난 성범죄에 대해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성 문인이자 스승이라는 위계 권력 △피해 호소와 2차 피해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학교 △'문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말 문단내 성폭력, 성추행이 연이어 터지며 소설가 박범신(71), 시인 백상웅(37) 이준규(47) 씨 등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특히 성추문 논란이 일어난 문인들 중 배용제, 박진성, 황병승씨 등은 모두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낸 시인들로 문학과지성사에 대한 비판도 확대됐다. 문학과 지성사가 가진 권력에 대한 문단 안팎의 이미지가 피해를 입히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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