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0년 미국에서 발생한 이탈리아 사업가 찰스 폰지의 ‘우표사기’는 4만여명의 피해자, 1억4000만달러의 피해액과 함께 5개의 은행을 도산시켰다.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금융사기다. 45일간 원금의 50%, 90일이면 원금의 100%를 보장한다는 투자 유치 광고로 시작된 우표사기는 새로운 투자자로 기존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근래엔 ‘폰지게임’이라고도 불리며 다단계 금융사기의 대명사가 됐다. 이 폰지게임이 비트코인 이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가상화폐들의 시장공개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대선 현대BS&C 사장. <사진=뉴시스>

현대코인 사전판매로 1400억원 벌어...27일 오후 정식 ICO / 스위스에 법인 설립...금융당국  ICO 전면금지 정책 비켜가 / 다단계 의혹에 기술력도 불확실..투자자들 "유사 화폐" 의심

[위클리오늘=김성현 오경선 기자] 2017년 예상 못한 비트코인의 호황으로 세계는 가상화폐 열풍이 한창이다.

비트코인은 26일 1BTC당 1천만원을 넘어섰다. 1년새 10배가 넘은 폭등세를 기록했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 여타 유망 가상화폐도 엇비슷한 양상이다.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기업·단체·개인도 우후죽순 늘어났다. 

다단계 판매수법 등을 통해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고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폰지게임 방식으로 운영되는 가상화폐도 비일비재하다.

올 초에는 중국 기업이 발행한 가상화폐 '원코인'이 수많은 사기 피해자를 낳았다. 

가상화폐를 토론하는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다단계 수법으로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모으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개가 올라온다.

국내 재벌가도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대선(41) 현대BS&C 사장은 HDAC(에이치닥 · 현대코인)이란 가상화폐를 발행했다.

정 사장은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조카, 정의선 부회장의 사촌이다.

현대코인은 올들어 세차례 프리세일을 실시했는데, 이를 통해 정대선 사장측이 받은 비트코인의 가치는 현재 1400억원이 넘는다.

성공할 지 실패할 지 불확실한,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로 순식간에 천억대 자산을 확보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순전히 '현대'라는 재벌가문 약발 때문이라는 평이다.

정 사장이 설립한 현대코인 발행 법인(HDAC Technology AG)의 주소지는 스위스 쥬크다. 법인 설립 단계부터 국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인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새로운 가상화폐의 시장공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프리세일 과정에서는 다단계 판매 의혹도 일었다.   

현대코인은 27일 정식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를 열고 또 한번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ICO는 기업이 온라인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의 한 형태다.

◆ 여전한 ‘사기코인’ 피해...다단계 판매 횡행

헥스트라 코인이 밝힌 추천수수료 비율. 개인이 추가 투자자를 모집하면 최대 8%의 수수료를 제공한다. 이는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으로 현행법상 '방문판매법 위반'에 해당한다. <사진=헥스트라 코인 설명자료 캡쳐>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한 가상화폐와 유사 가상화폐의 차이는 거래·판매방식에 있다.

가상화폐 투자 자체가 금융기관으로부터 화폐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가상의 화폐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금손실의 리스크는 어떤 투자보다 높다.

올해 초 기자는 유사 가상화폐인 ‘원코인’의 판매 설명회를 참석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발행한 원코인이 3개월 안에 3배이상 가격이 뛸 것이며, 현재도 일부 매장에서 현금과 같이 거래가 가능하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일부 판매 대리점에서는 사전에 모의한 인근 매장을 찾아 원코인으로 상품 결제 시연을 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투자 방법은 현금을 송금하는 실물거래였으며, 타인에게 원코인을 소개하는 경우는 투자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제공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불려나갔다.

현금을 받고 가상화폐 ICO를 하면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이다. 가상화폐를 다단계로 판매하면 방문판매법에 걸린다.

투자수익을 장담했던 원코인은 수많은 사기 피해자들의 소송과 함께 현재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들은 거래소에서도 취급하지 않은 원코인을 처리하지 못해 속만 앓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는 원코인에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 소개되고 있는 ‘헥스트라코인’은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의 유사 가상화폐다.

지난 10월 ICO를 실시한 헥스트라코인은 두바이의 한 기업이 발행했다. 1단위당 0.9~1.15달러에 투자자를 모집한 헥스트라코인은 11월 중 코인 가치가 20달러까지 올라가고 내년 말에는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원금보장은 물론 최대 48%의 수익률까지 약속하고 있다.

투자자 유치 방법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추천하면 최대 8%의 추천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보상 방법은 전형적인 폰지게임이다. 추천을 통해 유치된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보상을 해주고 동시에 발행가격을 연거푸 올려 자체적으로 가상화폐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헥스트라코인의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 금융당국은 ICO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만 해외법인을 통한 ICO에는 속수무책이다. 해외법인에 기반을 둔 다단계 방식의 유사 가상화폐가 하루가 멀다하고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정대선 사장의 현대코인도 '유사 가상화폐'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사장이 현대가의 일원인 탓에 '현대코인'으로 통한다.

◆ 재벌家도 ‘가상화폐’...수상한 정대선 HDAC

서울 중구 장충동 현대BS&C 본사 1층에는 현대코인(HDAC)을 사용할 수 있는 카페 오픈공사가 진행 중이다. 카페 옆에 HDAC로고광고판이 부착돼 있다. /사진=오경선 기자

현대코인은 올 3월부터 3차례 프리세일을 마치고 27일 오후 5시 공식 ICO를 앞두고 있다.

1차 프리세일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대그룹에서 진행하는 가상화폐'로 입소문을 타 인기를 끌었다. 

이후 현대그룹이 아닌 현대BS&C에서 진행하는 것이라는 정보가 공유됐지만 '현대 프리미엄' 덕분에 1차, 2차 프리세일 모두 완판됐다.

현대코인 공식 텔레그램에 따르면 지금까지 진행된 3차례 프리세일을 통해 현대코인은 총 1만4000비트코인을 투자받았다. 

프리세일에서만 한화로 1419억원(11월26일 빗썸 비트코인 가격 기준)의 자금을 끌어모은 셈이다. 

1차 프리세일에서는 1비트코인당 3만5천 현대코인을, 2차 프리세일에서는 1비트코인당 3만2천 현대코인을, 3차 프리세일에서는 1비트코인당 3만 현대코인을 교환했다. 

27일 실시하는 정식 ICO의 상한액은 6천 비트코인이다. 이번에도 완판에 성공하면 정대선 사장측은 한화 환산액 608억원을 추가로 더 확보한다.

ICO까지 완판성공하면 정대선 사장은 현대코인 발행으로 총 2027억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정 사장의 주력기업인 현대BS&C의 지난해 매출 1747억원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현대BS&C는 정 사장이 100%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주요 사업은 시스템통합, IT아웃소싱, 종합건설공사 등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80억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ICO가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진행된 1차 프리세일 당시 가격과 비교해 13.39배 이상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1차 프리세일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20만4000원(3월30일 기준)으로, 1현대코인은 34.4원에 해당한다. 

27일 이뤄질 ICO에서는 1비트코인 당 2만2천 현대코인을 제공한다. 1비트코인 가격은1013만4000원까지 올랐지만, 1비트코인당 현대코인 개수는 줄어들었다. 

1현대코인은 460.6원이다. 약 8개월만에 현대코인 가격이 13배 이상 비싸진 것이다. 

현대코인은 프리세일 당시 마케팅 방식 때문에 논란이 됐다. 

정대선 사장측은 한국블록체인R&D협회와 한국디지털거래소에게 현대코인 마케팅과 판매를 위탁했고 협회는 대리점을 설정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들이 현대코인을 사기 위해서는 대리점 전자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해야 했다. 하지만 전송주소가 각 지점이나 본사의 전자 지갑이 아닌 '대리점'을 자칭한 판매 소개자마다 달라 다단계 방식이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다.

다수의 가상화폐 커뮤니티에서는 개인이 투자를 종용하는 글도 볼 수 있었다.

ICO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국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어떤 형태의 ICO도 진행할 수 없다. 지난 9월 금융위원회가 ICO를 전면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대선 사장측은 이와 상관없이 국내에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

정 사장은 금융위의 ICO 전면금지 발표 직전인 지난 7월 한국이 아닌 스위스에 가상화폐 발행 법인인 'HDAC Technology AG'를 설립했다.

해외법인의 ICO에 대해서는 국내 금융당국이 규제할 방법이 없다. 

올초 진행된 프리세일에서도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현대코인을 판매하면서 ‘유사수신행위’ 규제를 비켜갔다.

국내에선 비트코인을 화폐가 아닌 물건으로 보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통한 투자금 모금은 유사수신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  

발행 초기 언급된 '현대 프리미엄'도 실체가 명확치 않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대선 사장이 발행한 가상화폐긴 하지만 그룹차원에서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잘못됐을 경우 현대라는 이름이 그룹에 누를 끼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사 가상화폐로 규정한 분위기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기술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주변에서는 코인판매도 정상적인 루트가 아닌 다단계 업체를 끼고 진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정대선 사장이 블록체인에 뜻이 있어 가상화폐를 발행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대선 사장측은 다단계식 가상화폐 판매 의혹을 부인했다.

현대페이 관계자는 "프리세일은 한국디지털거래소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부분으로 우리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디지털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소라고 자체 설명하고 있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상태다. 

현대페이는 현대BS&C 자회사로 "HDAC의 연구개발과 마케팅만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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