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산청 농촌활동가. 우와목장 대표 박종호

[위클리오늘신문사] 올해 연말 한우 등급제가 개편된다. 이를 두고 한우농가에서는 행여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시름이 깊어간다.

현재 국내 쇠고기 시장을 보면 개방확대 차원서 수입 쇠고기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블링 기준을 완화한 이번 개편안이 혹여 ‘하향평준화’를 초래하지 않을지 필자는 심히 의심해 본다.

한우등급은 최저 3등급부터 근내지방도(마블링, Marbling)에 따라 ‘1++’까지다. 현행 제도는 지방함량 17% 이상(근내지방도 8~9번)이 되어야 최고 등급으로 판정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12월 1일부터 현장에 적용되는 ‘축산물 등급판정 세부기준 개정안’에 따라 지방함량이 15.6% 이상(근내지방도 7~9번)만 되어도 1++등급 판정이 가능해진다.

기존 등급제는 근내지방도 7번 등급은 1+ 한우고기로 판정했다. 그러나 개편안을 적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한우고기 등급기준도 개정된다. 기존엔 지방함량이 13~17%(근내지방도 6~7번)이지만 12.3~15.6%로 낮아졌다. 현재 1등급의 한우고기가 올 12월부턴 1+등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실 등급제 개편안의 주된 취지는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을 선호하는 소비경향을 고려한 것이다.

마블링을 늘리기 위해 사육기간이 길어지면 생산비는 높아진다. 이 때문에 한우가격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싼 수입육의 소비가 늘어간다는 점을 선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우의 ‘고급육’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근내지방도가 떨어지는데도 육질의 등급 판정을 낮추게 되면, 고급육이란 한우의 각인된 이미지는 깨진다.

단순히 우리 것만을 고집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량물량 공세를 취할 것이 뻔한 수입육과 경쟁이 되겠느냐는 말이다.

최악의 경우 유통업체가 이용도축(경매 없는 도축)과정서 7번 1++를 기준으로 쇠고기 값을 산정하면 소비자 가격은 올라가도 농가소득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우농가와 소비자를 위한 최선이라면,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없는 유통과정과 사료 값 안정을 위한 제도적 고민이 더 빠른 길이 아니겠는가.

쇠고기 등급판정 기준은 한우농가의 소득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등급제를 변경할 때 농가에 미칠 영향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우농가의 송아지 입식, 상당기간 사육, 그리고 또 출하하는 시스템을 잘 감안해 충분히 이뤄졌는지 의심스럽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이렇게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현재 한우농가가 처한 현실을 바라보자.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마블링이 우수한 쇠고기는 장기간 곡물 비육이 필수적이다.

결국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 값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틀과 소비자에게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주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개편 작업이 곡물사료 의존도를 줄여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적어도 한우농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설득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

또 한우 등급제 변경이 피할 수 없는 대세이자 소비를 늘리기 위한 촉매제라면, 소비자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마블링 선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 제고를 위해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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