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순천시의 한 PC방. 최저임금, 임대료 인상 등으로 인해 시간제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고 4명의 가족들이 돌아가며 PC방을 운영 중이다. <사진=김성현 기자]

편의점·PC방 등 중소상인 임금인상 직격탄...나홀로 자영업자 5년만에 최대

中企도 원자재·운송료 등 연쇄상승 부담...文 소득주도 J노믹스 첫발부터 휘청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5년째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조모(42)씨는 최근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사라졌다.

조씨의 아내인 최모씨(39)도 남편의 얼굴은 하루 10여분 정도만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시간제 근로자(아르바이트) 2명을 고용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씨가 직접 PC방을 일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월 63만원 정도의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아르바이트직원을 줄이고 부부가 직접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늘어난 인건비만이 아니다. 올해 3월로 임대차 재계약을 하는 조씨는 당초 전세로 임대했지만 앞으로는 월 30만원의 월세를 따로 내달라는 집주인의 통보를 받았다.

임금과 월세를 합쳐 월 100만원 가까운 추가부담이 발생한 것이다. 컴퓨터 60대 정도를 운영하는 조씨의 하루 매출은 70만원 수준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58)도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매출이 잘 나오지 않은 야간에는 가게를 닫으려 해도 편의점 본사와의 계약서에 24시간 운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한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30인 이하 사업장 대상으로 월 190만원 미만 수급 근로자에게 최대 13만원까지 최저임금을 지원해 주지만 이 역시 최소 임금 규정 때문에 애매한 상황이다.

PC방, 편의점 등의 사업장은 주 5일, 하루 6~8시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아 월급이 12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소기업은 주말은 물론 잔업까지 많아 월급이 19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편의점 주인 김씨는 “임대료에 인건비에, 부담은 늘어가는 데 주위에 편의점이 계속 생겨나면서 매출은 떨어져간다”며 “대책이 서지 않는다. 연금으로 남은 여생을 살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자영업말고는 방법도 없는데 매년 힘들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대기업은 승승장구하는데...중기·소상공인은 울상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중소 상인과 자영업자들이다. 

대기업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가 필요한 업무는 하청을 주고, 계약 때마다 단가가 낮은 업체를 선정하면 그만이다.

하청업체들은 끊임없이 단가 인하 요구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국내 중소기업들의 추가부담액이 15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16.4%의 최저임금 인상분을 채우려면 납품 단가를 되레 18% 가량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과의 계약이 끊기면 당장 회사 존립을 위협받는 하청 중소기업들에게 단가인상 요구는 언감생심,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원자재, 운송비 등도 함께 올라 중소기업 업주들의 주름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서울에서 폐타이어 재생을 하는 한 중소기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운송비 등을 10%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기업 1차 하청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본사는 올해도 역대 최대치의 실적을 올렸다고 축배를 들고 있는데 우리는 다음달 직원들 월급이 걱정”이라며 “최저 임금 말고 최저 하청 단가는 왜 안 생기는지 모르겠다. 자꾸 단가를 내리려는 본사의 횡포를 아는지 임금은 계속 올려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속앓이는 더 심각하다.

PC방, 편의점 주인들은 불법을 행하든가 자신의 근무시간을 늘리든가 선택을 해야 한다.

기자는 인터넷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를 통해  최저임금을 주겠다는 서울 신림동의 한 PC방을 찾았다.

하지만 막상 PC방 주인은 자유롭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최저임금에서 한참 모자란 시급 6000원을 제시했다.

영등포구 신길동의 다른 PC방은 낮에는 부부가 PC방을 운영하고 밤에는 두 자녀가 나와서 PC방 업무를 보고 있다.

온가족이 달라붙어 운영하는 신길동 PC방의 한달 매출은 2500만원수준이다. 여기에 전기세, 임대료, 각종 유료게임 이용료 등을 제외하면 4명의 가족은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돈을 쥐게 된다.

늦은 밤 시간에 아예 문을 닫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일부 편의점은 계약상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지만 당장 일당을 주기 힘든 점주들은 이를 무시하고 셔터를 내린다.

계약 위반이라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가게 내부에 조명은 일부 켜놓고 실제로 영업은 하지 않는 편의점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충북 보은군청 직원이 민원인에게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부 “최저임금이 문제 아니다”...임대료 인상 잡기

1월 18일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가 보완대책을 내놨다.

정부와 여당은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 이해상황 점검 및 보완대책’을 공개하고, 상가임대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월 26일부터 상가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기존 9%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 상가임대차 계약에도 적용된다.

또 상가임대차법 적용대상 범위를 정하는 환산보증금 기준액을 지역별로 50% 인상키로 했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에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더한 금액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전체 임차인의 95%가 보호를 받게 된다고 장담했다.

1월 중으로 관계 부처와 민간전문가가 참여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된다.

TF는 ▲ 권리금 보호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연장 ▲ 건물주가 재건축·철거 등의 사유로 임대차계약 연장 거절 시 임차인 보호방법 등을 논의하고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상가를 임대하는 ‘공공상생상가’와 신규 장기 공공임대주택 단지 내 상가 40%가량을 주변 시세의 80%로 제공하는 ‘착한상가’도 추진한다.

대형마트 등으로 인해 무너져 가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법 개정도 진행한다.

대규모 점포 입지 규제를 강화하고 기존 전통산업 보존구역을 확대해 상업보호구역을 신설한다.

복합쇼핑몰의 경우는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 휴업 등의 영업규제를 받게 된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공무원 맞춤형 복지비 중 온누리상품권 등의 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의 지급비율을 30%까지 높인다. 온누리상품권의 사용처도 확대된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임대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진출에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로만 한정시킨 모습이다.

330제곱미터 미만의 소규모 상가의 완전 월세 임대료 인상률. 2016년 4분기 급등해서 현재까지 2만 1000원선을 유지 중이다. <그래프=한국감정원>

◆ 역주행하는 서민경제...문재인 정부 '민생 정책 능력' 시험대

2017년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상용직 취업자 수 증가율은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홀로 일하는 영세 자영업자 증가율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기업의 부담보다는 자영업자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상용직이 부진하고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 근로자는 1333만4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2년 2.2% 후 15년 만에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2003년부터 연간 5%내외의 꾸준한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1.2% 늘어난 405만6000여명을 기록했다.

2012년 2.0%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반면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은 2010년 40.4%에서 37.0%을 하락하는 추세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증가세는 심각하기만 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연면적 330㎡(약 100평) 이하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는 전국기준 제곱미터당 1만6510원이었다.

2017년 전국기준 소규모 상가 임대료는 제곱미터당 2만1390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6%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서민층 소득은 늘이고 임대료 등은 낮춰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소득주도 성장론, 이른바 'J(제이)노믹스'로 구체화됐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첫 단계부터 극심한 반발에 부딪쳤고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는 상승세를 더하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체감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집권 이후 사실상 처음 맞은 정책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운명도 갈릴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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